드디어 한국을 방문한 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그 자리에서 "한국 여성들의 경영참여 확대를 돕고 싶어요"라고 깜짝 제안했다. 어떤 방식으로 도울 수 있는지 의논하기 위해 만나자고 했다는 것이다. 아니, 이럴 수가. 한국의 그 어떤 여성 리더들에게도 들어 보지 못했던 말이었다. 글로벌에서 자본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그녀가 한국 여성이라는 점도 자랑스러웠지만, 후배 여성들을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은 더 감동을 주었다. 모든 여성 리더가 다 그녀 같지는 않다. 여성을 위하여 뜻을 모으고, 목소리를 내는 그녀야말로 진정한 여성 리더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신선한 충격은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네덜란드 공적연금의 운용사 APG(All Pension Group)의 아시아지역 책임투자총괄인 박유경 전무에게서도 받았다. 금년 10월에 개최된 세계여성이사협회 7주년 창립포럼 기조강연에서 박 전무는 APG의 지속가능한 투자 원칙과 이행 현황을 소개하면서 성별의 다양성은 이사회의 다양성을 가늠하는 지표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에 다양성을 갖추라고 촉구함과 동시에 여성 이사들에게도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여성 이사 1호들이 잘해야 2호, 3호가 더 배출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초기에 진출한 여성 이사들이 더욱더 엄격하고 충실하게 이사로서 감시 기능을 활발하게 해줄 것을 강조했다. 만일 본인이 지주사의 여성 이사라면 계열사 여성 이사들을 모아서 어떻게 그룹의 다양성을 확보해 나갈 것인지 논의할 것이라며 대안도 제시했다. 참석한 여성 사외이사들은 "따끔한 충고에 정신이 번쩍 났어요"라고 말했다. 그렇게 진솔하게 이야기하는 여성 선배는 드물다. 소수자인 여성 리더들은 후배 여성들을 위한 하나의 의무가 더 있는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선한 영향력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성별 다양성으로 기업지배구조를 확립하고,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가치를 확산하는 데 최첨병의 역할을 하는 그녀들이 한국 기업들과 한국의 여성 이사들에게 주는 충고와 조언을 잘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글로벌에서 목소리를 내는 그녀들을 보면서, 앞으로도 여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응원해주는 한국 여성 리더가 더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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