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오픈런에 새벽부터 줄서기
17일 질병청에 따르면 12월 2주(3~9일) 기준 외래환자 1000명당 의사환자 분율(독감 의심 증상을 보인 사람 수)은 61.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주(48.6명)보다 26.1% 늘어난 것으로, 지난 201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번 독감은 특히 초·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13~18세의 의사환자 분율은 133.4명, 7~12세는 120.1명으로 집계됐다. 19~49세(78.9명), 50~64세(34.5명), 65세 이상(15.3명)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실제 병원은 몰려드는 감기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이비인후과에서 근무하는 50대 간호사 A씨는 "올해는 특이하게 A형 독감과 B형 독감이 동시 유행하고 있다"며 "지난해 한겨울보다도 지금 환자가 더 많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병원을 찾은 고등학생 김모군(17)은 "이번 감기가 독해 일주일 새 3번이나 병원에 왔다"며 "반 친구들 대부분이 기침을 해서 마스크 쓰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대다수 소아과는 '오픈런'을 하며 새벽부터 줄을 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어린아이들 위주로 독감에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까지 기승을 부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기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소아과 예약 유료 애플리케이션 '똑닥'을 쓰는 환자들도 있지만, 예약 없이 간 환자들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하는 일도 많다고 한다.
8살 아들이 독감에 걸렸다는 학부모 정모씨(39)는 "소아과 진료를 받으려면 몇시간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아이 병 고치려다가 어른 병 얻는 것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며 "애들이 우선이니 어쩔 수 없지만, 정부가 꼭 좀 소아과 부족 현상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약국, 감기약 '품절' 사태
독감이나 감기 등을 이유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약국도 비상이 걸렸다. 약국에서는 일부 조제약 품목이 품절되는 등 수급 불안정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감기약 품절 대란'이 일어난다는 걱정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약국을 운영하는 30대 정모씨는 "어린이용 목감기·해열제 시럽을 중심으로 일부 조제 감기약 품목이 품절됐다"며 "일반감기약 테라플루도 품절돼 들어오고 있지 않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마스크를 쓰며 다른 호흡기 질병에 대한 면역이 형성되지 않은 것을 이번 유행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천은미 이화여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4년 가까이 마스크를 쓰고 거리두기 등으로 인해 독감이나 감기 바이러스에 노출될 경우가 없었다"며 "자연 면역이 형성되지 않아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강하게 앓고 전염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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