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문화답사 다녀왔어요
역사문화 분야 스테디셀러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와 함께 청춘을 보낸 독자들이 한 해가 저물어가는 12월, 저자인 유홍준 교수(전 문화재청장·사진)와 나란히 남도 여행길에 올랐다. 어느덧 일흔을 훌쩍 넘긴 교수와 머리 희끗한 중년이 된 독자들은 배우자 또는 자녀, 동료와 함께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집결지인 나주역으로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강진·해남 일대에서 진행된 '남도문화답사 1박2일' 이야기다.
전라남도가 '2022-2023 전남 방문의 해'를 맞아 기획하고, 전남관광플랫폼이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총 100명의 독자들이 참가했다. 전남관광플랫폼은 지난달 진행한 사전모집에 등록된 신청 사연글 중 심사를 거쳐 서울·경기·부산·대구 등 전남을 제외한 10개 지역에서 60대부터 2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고루 참가자를 선정했다. 전체 인원 중 여성은 70% 남성은 30%였다. 관계별 구성 비중은 부부, 동료, 친구 순으로 많았고,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온 장년층도 다수 있었다.
여행단은 첫날 해남 대흥사, 고산 윤선도의 녹우당을 거쳐 강진에서는 시인 김영랑 생가, 정약용의 첫 유배지인 사의재를 방문했다. 이어 저녁에는 유홍준 교수의 특강을 들으며 답사기 시리즈의 지난 30년 발자취를 눈과 귀로 훑었다. 이튿날에는 다산초당과 백련사 동백림을 거쳐 백운동 원림과 영암 도갑사, 구림마을을 탐방했다.
국토 순례라는 말을 더 친숙하게 사용했던 50대 참가자들은 지역관광 1세대로서 저마다 추억으로 간직한 강진 여행 무용담을 나누며 친분을 쌓았다. 그 시절 남도 여행 필수품은 단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였다. 이미 여러 번 읽어 헤어진 책을 옆구리에 끼고 교통편도 마땅치 않은 강진과 해남 일대를 누빈 일화는 청춘의 낭만으로 남았다고 했다.
유홍준 교수는 이틀간 주요 코스를 직접 이끌며 여행단과 함께했다. 또 도서 30주년을 기념해 발간된 다이제스트판에 참가자 100여명의 이름을 일일이 적은 친필 사인본을 참가자 모두에게 전달했다. 처음으로 강진에 온 한 참가자는 "전남하면 여수, 목포만 떠올렸는데 가볼 곳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 유 교수님 덕에 남도의 매력을 잘 느낀 여행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랜 팬들과 함께 남도문화답사를 마친 유 교수는 "답사기의 유례없는 인기는 90년대 문민정부 출현, GDP 1만달러 돌파, 영화 '서편제'의 대흥행, 해외여행 자유화로 가능해진 문화사 비교 등 정치·경제·문화·예술 전 분야에 걸쳐 '나 그리고 우리의 것'에 집중하는 시대적인 변화가 일어난 시점과 일치한다"면서 "여전히 발견될 곳이 많은 한반도에서 여러분들만의 답사기가 나오길 진심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n1302@fnnews.com 장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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