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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우병 치료제 빠르게 발전…환자들 평범한 일상 누리도록 도울것" [Weekend 헬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5 04:00

수정 2023.12.15 04:00

신촌세브란스 한승민 교수
피 잘 멎지 않는 질환으로 완치 어려워.. 국내 환자 88% 중증·중등증에 해당
美·유럽서 유전자 치료 임상 등 희소식.. "환자들 적극적으로 치료 참여해달라"
신촌세브란스 소아혈액종양내과 한승민 교수(사진)는 "최근 혈우병 치료는
출혈 예방을 넘어 일반인들과 똑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환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치료에 참여해 달라고 당부했다.
"혈우병 치료제 빠르게 발전…환자들 평범한 일상 누리도록 도울것" [Weekend 헬스]
"평생 병을 갖고 살아야 하는 혈우병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해 환자 부담이 크다. 다행히 최근 새로운 약이 나오는 등 긍정적 변화가 있기 때문에 환자들도 치료 전반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완치되지 않는 혈우병, 자발출혈 위험성 커

한승민 신촌세브란스 소아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4일 혈우병 최신 치료 경향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혈우병은 상대적으로 대중들에 많이 알려진 희귀질환이다. 크게 결핍된 응고인자에 따라 제8인자가 부족한 경우 '혈우병A', 제9인자가 부족한 경우 '혈우병B'로 분류한다. 혈우병 질환자 대다수가 혈우병A에 속한다.

혈우재단 백서에 따르면 국내 혈우병 환자는 2000명 수준이다. 하지만 혈우병A와 혈우병B 유병률이 각각 10만명 당 10명, 3~4명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에는 7000명 이상 혈우병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환자 수가 수십명에 불과한 여러 희귀질환에 비하면 혈우병은 절대적인 환자 수와 인지도가 높은 수준이다.

혈우병은 피가 잘 멎지 않는 질환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로 상처가 생기거나 수술을 받는 등 출혈이 발생하지 않으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인식도 있다. 한 교수는 "출혈이 생겼을 때 지혈이 잘 되지 않는 것은 물론, 자발출혈이 발생한다는 것이 문제"라며 "혈우병은 특별한 외상 없이 뇌와 관절에 갑작스러운 출혈을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혈우병은 혈액응고인자 활성도에 따라 △1% 미만 중증 △1~5% 수준 중등증 △5% 이상 경증 등으로 본다. 경증은 외과 수술 및 심한 사고 이후에만 출혈 문제를 겪지만 중증의 경우 관절이나 근육에 자연적인 출혈이 발생할 수 있다. 나아가 주 1~2회 출혈을 겪거나 원인 없는 출혈이 오랫동안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국내 혈우병 환자 약 88%는 중증·중등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관절변이와 근육 위축증, 운동성 상실 등 심각한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관절에 혈액이 고이면서 뼈와 연골을 파괴하는 혈우병성 관절병증이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혈우병A 환자 약 56%, 혈우병B 환자 약 36%가 이 질환을 겪는다.

혈우병은 병원에서 응고인자 검사를 통해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주로 유아기에 진단을 받으며 걷고 움직이는 시기에 멍이 많이 들고 멍보다 큰 반상출혈, 관절이 붓는 관절 출혈이 관찰될 경우 혈우병을 의심할 수 있다.

■혈우병 치료제 빠르게 발전 중

혈우병은 희귀질환치고는 환자 수가 많고, 완치하지 않고 평생을 관리해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치료법이 빠르게 발전한다. 시장성이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여러 제약사에서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때문이다.

혈우병A는 관리를 위해 응고인자를 주 2~3회, 혈우병B는 주 1~2회 투여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병원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환자 불편이 매우 크다. 최근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하주사제가 개발되고 있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유전자 치료제 임상도 이뤄진다.

한 교수는 "혈우병 치료제는 기본적으로 응고인자 제제와 비응고인자 제제 등으로 나뉘고, 응고인자 제제는 일반 반감기 약제와 반감기 연장제제가 있다"며 "약제마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환자 생활 패턴과 출혈 증상 등을 의료진과 논의해 적합한 약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혈우병 치료와 관리를 위한 건강보험 급여 제도가 비교적 잘 마련돼 있다. 한 교수는 "혈우병 응고인자 치료는 정기적으로 응고인자를 투여해서 일정 수준 이상 인자 농도를 유지하는 '예방요법'과 비정기적으로 출혈이 있을 때마다 응고인자를 투여하는 '보충요법'이 있다"며 "현재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예방요법을 표준 치료로 권고하고 있으며, 국내 보험에도 정해진 기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투여 주기와 용량이 정해져 있고,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엄격한 편이지만 최근에는 보험 기준이 확대하면서 완화됐다"며 "보험 기준에 따라 약제를 투약했음에도 응고인자 농도가 부족하거나 출혈이 잦은 경우 응고인자를 추가로 투여할 수 있도록 확대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급여제도는 혈우병 환자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한 교수는 "과거에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다소 엄격해 처방 용량 등을 초과하면 삭감 위험도 있었지만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 맞는 수준으로 변화하고 있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일반인과 똑같은 생활이 치료 목표

혈우병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결국 출혈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평생 병을 갖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며, 예방요법도 출혈 경향은 감소시켜 주지만 완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환자 부담은 남아있다"며 "지속적으로 관절 등에 미세한 출혈이 생기기 때문에 예방요법을 하더라도 관절병증 등을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고, 치료를 꾸준히 지속해야 함에도 출혈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궁극적 치료 목표에 대해 "최근에는 출혈 예방 등 목표를 넘어 혈우병 환자들이 일반인들과 똑같은 생활을 영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일상생활 제약 없이 운동도 하고 출혈에 대한 우려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궁극적 치료 목표를 이루기 위해 좋은 약제들도 나오고 사용할 수 있는 약제 용량도 늘어나는 추세"라며 "이처럼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환자들도 치료 발전에 관심을 가지고 의료진과 상의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치료 과정에 참여할 것을 권장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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