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항공 '10만원'에 호치민, 근교도시 투어: 2화
[파이낸셜뉴스]
여행지에서 느긋하게 일어나 호텔 조식을 먹는 것도 좋지만, 호치민에서의 둘 째날 아침은 평소보다 훨씬 빨리 일어났다. 오전 7시 정도까지 조식을 먹고 7시 30분에 출발하는 메콩 델타(메콩강 삼각지) 투어 단체 버스를 타기 위해서였다. 전날 카카오톡을 통해 전달받은 대로 호텔 로비에서 기다리니, 현지 투어 가이드가 인솔을 위해 찾아왔다. 호텔에서 약 5분 정도 거리에서 단체 버스에 탑승했다.
■유머러스한 가이드, 빈트랑 사원
버스에 탑승하니 인도, 말레이시아,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호치민을 찾은 관광객 15명~20명 정도가 있었다. 호텔이 있는 호치민 1군 지역을 벗어나 버스가 이동하자 투어 가이드는 호치민의 역사와 우리가 지나는 지역의 특성을 재미있게 설명해 줬다. 예를들어 과거 호치민 일부 지역 사람들은 쥐 고기를 먹었는데 "호치민에는 'KFC(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대신 'KFR(켄터키 프라이드 쥐)'이 유명하다"는 농담을 건네거나 "노 머니 노 허니(돈이 없으면 애인도 없다)"는 식의 농담을 건네는 식이었다. 호치민은 도시 지역을 1군, 2군, 3군 이런 식으로 구획했는데 이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 통치를 받은 영향 탓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를 달리니 첫 목적지인 불교 사찰 '빈짱사'에 도착했다. '빈짱사'는 메콩 델타(메콩강 삼각주)투어를 예약할 때 안내 페이지에서 가장 먼저 봤던 거대 불상이 있는 사찰이었다. 버스에서 내리기 전부터 임산부보다 큰 풍만한 배가 있는 하얀색의 불상이 보였다. 대머리에 호방하게 웃고 있는 뚱뚱한 좌불상으로 관광객 대부분이 불상 앞에서 기념 사진을 촬영했다.
뚱뚱한 좌불상 말고도 거대하게 누워있는 인자한 부처의 와불을 보고, 사원 내부를 구경했다. 일부 관광객이 사찰 내부에 있는 금동 불상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를 올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보트타고 메콩강 구석구석 둘러보기
버스를 타고 잠시 이동한 뒤에 배를 타기 위한 선착장에 도착했다. 대형 보트를 타고 메콩강 인근에 있는 현지 마을에서 잠시 쉬어가며 다양한 열대 과일도 먹을 수 있었다. 수박, 파인애플, 드래곤프루트(용과), 포멜로, 파파야 등 5가지 열대 과일이 나왔다. 과일을 먹는 동안 베트남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들이 베트남 민속 악기를 연주해 주거나 전통 가요를 불러줬다. 연주나 노래가 썩 훌륭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색다른 경험이었다. 노래가 끝난 뒤에는 관광객들에게 팁을 받기 위한 바구니가 책상 위에 놓였고, 일부 관광객이 1~2 달러에 해당하는 팁을 놓고 나왔다.
과일을 먹은 뒤에는 본격적인 메콩강 보트 투어가 이어졌다. 최대 4명 정도가 탈 수 있는 소형 나무 보트에 나눠서 탄 뒤 약 20~30분 가량 메콩강의 구석 구석을 둘러볼 수 있었다. 소형 보트의 앞과 뒤에는 노를 젓는 베트남 현지인이 2명씩 타고 있었다. 보트에 타기 전 안내를 맡은 가이드는 "이들의 일당이 하루에 1~2 달러 정도이니 1달러 정도 팁을 주면 좋다"고 알려주었다.
메콩강의 물은 잦은 비로 인해 흙이 올라와 맑지는 않았지만 뱃길 사이로 열대의 우림이 펼쳐지며 타국의 자연 속에 있다는 이국적인 느낌이 들었다. 중간 중간 소나기가 내리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다. 보트에서 내릴 때 보트 노를 저어 준 베트남 여성 2명에게 각각 2달러(4만동) 정도의 팁을 건넸다.
■향긋한 꿀차, 코코넛 캔디 시식까지
보트를 타고 한참을 이동해 내린 곳은 양봉을 하는 한 상점(가게)이었다. 수백, 수천 마리의 벌이 붙어 있는 벌집을 직접 들어보는 체험을 하고, 현장에서 바로 벌의 꿀을 탄 차도 시음해 볼 수 있었다. 위생이 좋지는 않았기 때문에 꿀이 들어간 컵에 벌이 들어오거나 파리가 날아 다니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벌꿀이나 로열젤리를 먹어보고 바로 살 수도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로열젤리만 먹여 키운 벌은 알을 낳을 수 있는 여왕벌이 된다.
향긋한 꿀차로 속을 달래고 이동을 하면서 거대한 뱀을 목에 거는 체험도 해볼 수 있었다. 보통 관광지에서는 거대한 뱀을 목에 걸고 사진을 찍으면 얼마간의 팁을 요구하기도 하는데 이번 투어에서는 별다른 비용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뱀의 길이는 족히 2미터는 넘었는데 목에 걸어보니 변온동물 특유의 매끈한 비닐 촉감이 느껴졌다. 썩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경험이었다.
다시 배를 타고 이동한 곳은 가내수공업으로 코코넛 캔디를 만드는 공장이었다. 현장에 도착하자 단단한 코코넛의 껍질을 벗기고 하얀 속살을 파내는 공정부터, 코코넛과 몰트를 섞어 캔디를 만드는 과정까지 전체를 볼 수 있었다. 말랑말랑한 코코넛 캔디를 굳히고, 잘라서, 개별 포장된 상품으로 판매도 하고 있었다. 두리안, 커피 등 다양한 맛을 더한 코코넛 캔디는 물론 순순 코코넛 캔디 등을 종류별로 하나씩 샀다. 현장에서 시식을 해봤을 때는 맛있었는데 어쩐지 귀국해서는 손이 가지 않아 거의 그대로 있는 상황이다.
■유니콘 섬에서 가성비 점심까지
코코넛 캔디 농장을 둘러 보고 다시 배로 한참을 이동해 점심 장소인 유니콘 아일랜드로 이동했다. 해당 구역은 총 4개의 섬으로 이뤄져 있는데 거북 섬, 드래곤 섬, 유니콘 섬, 불사조 섬 등이었다. 유니콘 섬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강력한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기로 한 식당에 도착하기 바로 직전 잠시 동안 비를 피하기 위해 우리 투어 일행은 다른 그룹이 식사를 하는 곳에서 잠시 비를 피했다. 빗줄기가 약해지기를 10여분 정도 기다린 뒤에 도보로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식당이 달라도 투어에 참가한 사람들은 모두 같은 메뉴를 먹었다. 닭으로 만든 국물 요리와 밥, 생선을 통째로 튀긴 요리, 한국식 갈비찜과 비슷한 돼지고기 요리 등이었다. 이날 점심을 포함해 교통비, 보트 투어 모두를 합한 가격이 한국돈 2만5000원 정도였는데 이런 구성이라면 가성비는 최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식당 주변을 둘러 봤는데 수십 마리의 악어를 키우는 악어 농장, 이날 점심으로 먹었던 거대한 생선을 키우는 수조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는 다시 소형 보트로 옮겨 타 또 다시 메콩강을 따라 유유자적 흘러 갈 수 있었다.
■악명 높은 바가지 벤탄시장, 호치민 둘러보기
투어가 끝나고 버스를 타고 호치민 1군 지역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지나 있었다. 공항에서 일부만 환전을 했기 때문에 바로 시내에 있는 환전소에서 추가로 환전을 했다. 호치민에서는 원화 대신 보통 100달러 단위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벤탄시장 근처에 있는 보석상인 '하 탐'과 '마이 반' 환전소를 보통 이용한다. 벤탄시장은 악명 높은 바가지와 흥정으로 유명한데 많게는 상인이 처음 부른 가격의 10분의 1 혹은 5분의 1에도 구매 가능하다. 전세계 가품과 베트남 의류 및 장식품 등 없는게 없다.
벤탐 시장을 간단하게 둘러보고 '카티낫' 카페에서 연유 커피를 마셨다. '콩카페', '하이랜드' 카페 외에도 '카티낫', '퍽롱' 등 호치민는 수많은 커피 브랜드를 즐길 수 있다.
이후 프랑스식 건물이 즐비한 호치민 시장 광장을 둘러보고, 사진 찍기 좋은 명소인 '커피 빌딩'도 지나쳤다. 커피 빌딩은 건물 전체가 커피 가게로 '% 커피'를 비롯해 수많은 커피 브랜드가 있다.
저녁은 베트남 요리 전문 식당인 '냐항응온(nha hang ngon)'이란 곳에서 먹었다. 베트남 각 지역의 베트남 요리는 물론, 중국 딤섬, 태국 등 다양한 메뉴를 골라 먹을 수 있다. 식당은 총 3~4층으로 매우 큰 규모로 방문 당시에는 한국인 보다 베트남 현지인과 외국인이 훨씬 많았다. 분위기, 맛, 가격 삼박자 모두 괜찮았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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