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 만기도래 상품 1061억원
56조원에 달하는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증권사 '셀다운' 상품 일부 PB센터에서 팔려
해외부동산 경기 침체 속 “매각 어려워”
[파이낸셜뉴스]5대 은행에서 해외 부동산 펀드에 가입한 소비자들의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주요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긴축 기조를 유지한 결과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판매한 해외 부동산 펀드 잔액은 7531억원에 달한다. 이 중 내년 상반기 만기 도래 펀드 규모는 1061억원이다. 만기가 없는 리츠 펀드 외 해외 부동산 펀드를 판매하지 않은 농협은행을 제외하면,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각각 1000억원대 펀드 판매 잔액을 갖고 있다.
■만기 코앞..해외 부동산 시장은 '꽁꽁'
해외 부동산 펀드는 은행, 증권사 등이 소비자의 투자금을 모아 해외 상업용 부동산 지분이나 소유권을 확보하고, 임대 수입으로 배당금을 지급하는 펀드다. 만기 도래 전 자산을 매각해 최종 수익을 내는 방식으로 운용해 왔다. 코로나19 유행 이전 세계적인 부동산 호황에 힘입어 비슷한 상품이 미국, 중국, 유럽 등의 사무실 건물을 중심으로 개발됐다. 국내의 경우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부동산 펀드 상품을 판매했다. 일부 미판매 물량을 은행에 '셀다운'하고 이를 프라이빗뱅커(PB)가 은행 소비자에게 판매했다.
투자 과정에서 사들인 부동산의 가격이 만기 도래 시점에서 떨어지면 펀드 소비자는 원금을 일부 잃는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각 자체가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코로나19 유행 주요국에서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서 사무실 건물의 공실률이 급증했다. 또 고금리 여파에 부동산 투자 수요가 줄면서 글로벌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6~7%의 수익률을 목표로 개발된 해외 부동산 펀드는 급작스러운 부동산 시장의 경기 변동 없이는 원금 손실이 우려된다. 내년 하반기 만기인 펀드만 1510억원 규모인 상황에서 금융소비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끌어올린데다 팬데믹 리오프닝 이후 오피스 수요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가치가 급락했다”면서 “일부 소비자들이 원금 대비 손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권에서 판매된 해외 부동산 펀드보다 증권사가 대체 투자한 부동산 관련 상품의 문제가 더 크다고 우려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부동산 대체 투자 규모는 55조8000억원에 달한다.
■당국, 시스템 위기 아냐..모니터링 강화
금융위 관계자는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금유시장 전체에 시스템 리스크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면서도 “개별 회사의 건전성 위험을 초래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지만 규모의 측면에서 관리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11일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에서 금융감독원에 "(해외 부동산 펀드의) 손실 가능성과 각 금융회사의 대응 상황을 밀착 모니터링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내년 상반기 이후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이 가시화된데다 일부 은행은 해외 부동산 펀드 손실까지 겹칠 것으로 보여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펀드의 경우 물건마다 상황이 제각각인 만큼 손실의 규모조차 전망하기 어렵다”면서 “미 연준이 최근 긴축 기조에서 '피벗'한 결과로 국제 부동산 시장이 활황으로 돌아서는 등 극적인 변화가 없다면 원금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