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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는 K방산 '속빈 강정'?... 핵심부품 윤활유 63%가 외국산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18 18:16

수정 2023.12.18 18:16

정부가 수출 효자품목인 K방산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정작 방산제품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부품인 윤활유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 60% 이상이 외국산에 점령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활유 국산화에 대한 별도의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방산과 반도체 등 핵심전략기술에 있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추진하는 정책 기조에도 어긋난다. 이에 고품질의 국내산 윤활유가 K방산 제품에 폭넓게 사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파이낸셜뉴스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육해공군 정비창에 사용되는 윤활유 총 153개 중 97개(약 63.4%)는 외국산인 것으로 파악됐다.

육군은 국산 제품 사용량이 절반 정도(61개 중 32개)로 확인됐으며, 공군 정비창에서 사용되는 윤활유 74개 중 국내산은 단 12개에 불과하다. 해군은 국산 사용량(18개 중 12개)이 외국산에 비해 두 배 정도 높았다. 정비창은 각 군에서 무기 및 장비의 수급·저장·정비에 관한 일을 하는 부대를 말한다.


이는 방위산업청을 위주로 소부장 국산화에 대해 정부 차원의 많은 지원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성된 무기 부품을 생산 및 유지·보수하는 윤활유에 대해선 별도의 국산화 적용 매뉴얼이 없기 때문이다.

군수품 소부장 수요량은 K방산이 최근 수출 효자로 떠오르면서 급증 추세에 있다. 방위산업 수출액은 최근 10년간 20억~30억달러 수준에 머물다가 2022년 역대 최대인 173억달러로 폭풍 성장했으며, 특히 지난 7월에는 폴란드와 약 145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은 바 있다.

특히 윤활유의 경우 제품의 유지·보수뿐 아니라 부품 가공 시 정밀치수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부품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재료다.

국산 제품이 홀대받는 원인 중 하나는 외국 수입 군수장비는 보증조건으로 초기에 외국산 윤활유를 지정해 사용할 것을 옵션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도 국산 제품으로 교체하지 않고 외국산 제품을 관성적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에 윤활유의 품질·성능·기준 등을 매뉴얼화하고 국산화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외국산 제품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대외적 환경 변화로 인해 수입이 중단될 경우 각종 방산제품의 생산과 유지·보수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공급망 안정화 차원에서 국산 윤활유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윤활유업계 관계자는 "외국산 윤활유를 국산으로 대체하는 기술력 측면에서 국내 윤활유 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높아져 있다"며 "가격 또한 외국산에 비해 20~30% 원가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에 충분히 대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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