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지난 8월부터 북러 안보리 위반 불법 거래, 전략적 수준 심화 우려
-러시아 딜레마, 북한 제공 불량 포탄으로 러 자주포 파괴 정황 관측
-北도 러 제공 포탄 개선과 핵·군사정찰 위성 고도화 사이 딜레마 처해
-포탄 불량 넘어 북한 자체가 불량품 인식...북러에 부정적 영향 가능성
-북러 거래 상호이익 추구, 실질적 이익 창출 방안 모색 가능성에도 불구
-북러 거래 한계로 중국 개입... 이익창출 여건 조성 개연성, 예의주시해야
[파이낸셜뉴스]
여기까지는 보면 북한과 러시아는 북러 거래에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평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포탄이 전장에서 사용되고 있고,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아 성공했다. 이러한 불법 거래를 하고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제재를 가동되지 않았고 일부 국가의 독자 제재만 있었을 뿐이라는 사실도 북한과 러시아는 이런 거래를 성공으로 판단하는 요소가 되었을 가능성도 있다. 정찰위성 발사 성공으로 불법거래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전략적 수준으로 심화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되었다는 우려도 불거진 상황이다.
북러가 이러한 성공을 자축하는 와중에 돌연 북러 거래의 결과에 미묘한 변수가 등장했다. 거래의 결과가 양국에 실제적인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이러한 거래의 방향성과 지속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북한이 제공한 포탄이 그야말로 불량품투성이라는 정황이 나오고 있다. 전선 불량, 분말 문제 등으로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불평과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북한산 포탄으로 인해 러시아의 자주포가 파괴되는 사진이 공개되는 등 전선에서 자살골 문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쟁지속능력을 위해 김정은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며 받아낸 포탄이 러시아 자국군에게 피해를 주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하는 모습은 러시아가 처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족한 포탄을 메우자니 러시아에게 선뜻 제공해 주겠다는 국가가 없고, 궁여지책으로 불량품으로 가득한 북한산 포탄이라도 기대자니 작전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자살골을 걱정해야 하는 것은 그야말로 딜레마다.
북한도 이러한 딜레마 상황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 처했다. 우선 핵 고도화를 통해 한반도 군사 주도권을 장악하고, 국제무대에서 핵 강국으로서 지위를 강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북한이 가장 기본적인 무기인 포탄마저도 불량품 투성이라는 것은 군사강국의 허와 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딜레마 그 자체다.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만 포탄은 엉망인 상황은 그야말로 딜레마 그 자체다. 그렇다고 포탄 개선에 많은 돈을 쏟아부으면 핵 고도화에 투자할 돈이 부족해진다는 것도 딜레마다. 한편 포탄-군사정찰 위성 거래의 성공으로 북한은 러시아와 군사거래를 넘어 경제거래까지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불량포탄 문제는 북한과 러시아가 협력의 순풍을 이어가는 데 부정적인 사례로 작용한다는 딜레마도 있다.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포탄은 단순 포탄의 불량품을 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불량품 북한이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는 점에서 러시아가 북한과의 다양한 거래의 손익을 재차 따져보는 빌미를 제공해 주는 측면이 분명 존재한다.
물론 포탄 불량 확인만으로 추가 북러 거래가 추진되지 않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포탄-정찰위성 거래 말고도 신냉전 구도 속에서 북한과 러시아는 상호 두둔을 통해서 전략적·국제정치적 이득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제사회로부터 불법거래라고 낙인이 찍혀지는 리스크를 각오하면서까지 추진한 거래가 실질적인 이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지속성에 부정적인 요소임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북한과 러시아는 불법거래가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북러 거래가 실질적인 이익을 거두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면 중국을 개입시켜 실질적인 이익을 창출하도록 여건을 조성할 개연성도 적지 않다. 이처럼 북한의 불량포탄은 여러 퍼즐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퍼즐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선제적 안보 달성에 중요한 사안이 되고 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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