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대기업

"태국 세탁기 시장 왕좌, 놓치지 않는다" LG전자 라용공장을 가다

김기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7 15:04

수정 2023.12.27 15:16


LG전자 태국법인
LG전자 태국법인

라용(태국)=김기석기자】 지난 21일 태국 방콕에서 남서쪽으로 2시간여를 달리자 커다란 'LG'간판이 보였다. 태국 라용주에 위치한 LG전자 태국법인(LGETH)의 공장이다. 태국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브랜드를 많이 보지 못하다보니 상당히 반가웠다. 태국이 아세안국가중에 한국을 가장 많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우리기업의 진출은 활발하지 못한 상황이다. 전체 진출 기업 수는 400여개에 불과하고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포스코 등만 진출했다. 'Life's Good Gateway'라는 문을 통과해 공장 안으로 들어가자 대형 천막이 눈에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수백명이 한번에 들어갈 수 있는 규모의 천막이다. 박용호 LG전자 태국 생산법인장은 "연말 연초에 직원들이 '뉴이어파티'를 계획하고 있다"면서 "혹시 비가 와서 파티에 지장을 줄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인화'의 LG라는 말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박용호 LG전자 태국 생산법인장
박용호 LG전자 태국 생산법인장

세탁기 내수 1등, 점유율 30% 이상

1997년 5월 설립된 LG전자 태국법인은 제조와 판매를 모두 하는 제판법인이다. 판매법인은 태국 수도인 방콕에 있고 생산법인은 방콕에서 남쪽으로 약 200㎞ 떨어진 라용주에 위치하고 있다.

LG전자 태국법인은 지난 1998년 세탁기를 생산하며 글로벌 생산기지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2002년부터는 에어컨 생산을 시작했고, 2004년에는 생활가전의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도 생산하는 등 생산품목을 다양화했다.

현지에서 생산된 제품은 태국 내수 시장은 물론 동남아시아, 북미,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수출된다.

효자 상품은 세탁기. 전체 매출의 60% 이상이 세탁기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어 에어컨 매출비중이 35%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직 콤프레서 매출 비중이 작기는 하지만 미래 성장동력으로 기대를 하고 있다.

박 법인장은 "세탁기의 경우 태국 전체 내수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달성하고 있다"면서 "생산성 향상을 통해 내년에는 내수 비중을 더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 태국법인은 현재 몰려드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세탁기의 경우 두개 라인을 돌리고 있는데 한개 라인은 2교대로 운영하고 있다. 생산성을 끌어올려 두개 라인 모두 1교대로도 물량을 맞출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사상 최대 매출 달성
LG전자 태국법인이 생산하는 세탁기와 에어컨 등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인근 동남아는 물론 미국을 포함한 북미, 중남미, 이라크 등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박 법인장은 "인구가 약 7000만 명에 달하는 태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 비해 도로, 전력공급, 통신 등과 같은 기초적인 사회 간접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면서 "또 지리적으로도 동남아 중심에 위치해 있어 수출 등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인근 동남아 국가는 물론 미국, 한국 등 세계에서 주문이 들어오고 있어 그 비중은 더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태국 내수 시장 확대와 수출 증대를 통해 LG전자 태국법인은 올해 사상 최대 매출액을 달성한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 법인장은 "물류비를 낮춰 다른 브랜드는 물론 LG전자 다른 글로벌 공장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강화했다"면서 "올해 미국에 새롭게 제품을 납품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세계 각 공장에 스윙체제를 갖추고 서로 경쟁을 시켜 제품을 납품하도록 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올해는 온라인 비즈니스도 시작했다"면서 "내년에도 올해보다 15% 이상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화·사회공헌활동 강화

LG전자 태국법인에는 현재 1700여명의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이중 주재원은 14명 수준이고 나머지는 현지 채용인원이다.

LG전자는 철저하게 현지화에 나서 30명의 현지인 팀장과 50명 수준의 파트장을 고용하고 있다.

LG전자 태국 생산법인 관계자는 "전체 라인 운영부터 생산, 출하까지 현지 채용 직원들이 운영을 하고 있다"면서 "주재원은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태국 현지인들의 성과가 다른 지역에 비해 좋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사회공헌활동도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이 ▲주거환경과 생활문화를 고려한 마케팅 활동 ▲맞춤형 사회공헌활동 등이다.
LG전자 태국법인 맹인센터 후원
LG전자 태국법인 맹인센터 후원

LG전자는 태국에서 헌혈 캠페인, 환경정화, 재해지역 복구지원, 맹인센터 후원 등 다양한 맞춤형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 태국법인 헌혈 봉사
LG전자 태국법인 헌혈 봉사

지난 2021년에는 생산법인에 발전 용량 기준 4.2메가와트(MW)급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구축하고 가동을 시작했다.

LG전자 태국법인 태양광 지붕
LG전자 태국법인 태양광 지붕

건물 옥상에 설치된 9400여 장의 태양광 패널의 면적은 2만826.44㎡(약 6300평), 축구장 3개 크기에 달한다. 현재 라용 공장의 연간 전력량 중 약 20%를 대체하고 있으며 탄소배출량도 감축해 약 22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효과를 내고 있다.

박 법인장은 "태국은 한국을 사랑하고 방문하고 싶어한다"면서 "태국에서 대표 한국기업으로서의 자부심을 지키고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품질은 높이고 비용은 낮추며 납기는 제대로 지켜 전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실적 개선 추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LG전자는 지난 2018년 태국 최고층 건물이자 새로운 명소로 부상 중인 마하나콘 타워(MahaNakohn Tower)의 전망대 전용 엘리베이터에 올레드 사이니지를 설치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초대형 복합 스포츠 문화공간 탑골프 메가시티에 'webOS' 운영체제 기반 상업용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대거 공급하며, 태국 시장에서 기업소비자간거래(B2C)는 물론 기업간거래(B2B) 사업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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