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미분양 PF 대출보증을 받으면 대주단 채권 순위가 후순위로 밀려납니다. 어느 채권단이 이 조건에 동의하겠습니까"(중견 건설사 관계자)
정부가 미분양이 발생한 사업장의 자금난을 돕기 위해 올해 1월 도입한 5조원 규모의 '미분양 PF 대출보증'이 결국 '맹탕 정책'으로 전락했다. '담보권리 후순위 확약조건'이 발목을 잡으면서 지금까지 이용 실적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20일 HUG와 업계에 따르면 미분양 PF 대출보증이 현실성 없는 조건과 금융기관(대주단)들의 참여 부족으로 외면 받고 있다. 1월 시행 이후 현재까지 대출보증이 전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분양 대출보증'은 대출을 갚지 못하는 상황에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으로 금융권의 차환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증 상품이다. 올 1월 5조원 규모로 출시됐으며 1년간 한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증을 받으려면 필요했던 '분양가 5% 할인' '시공사 연대보증' 등 문제가 됐던 조건은 일부 완화가 됐다. 분양가 할인의 경우 유상옵션을 무상으로 전환하는 것도 인정해 주고 있다.
미분양 PF 대출보증이 무용지물이 된 것은 '담보권리 후순위 확약조건'이 주된 이유로 꼽힌다. HUG 보증을 받으면 대주단(금융기관) 채권순위가 1순위에서 2순위 등 후순위로 밀려난다. HUG가 1순위가 된다. 이 때문에 보증을 받으려면 금융기관의 '확약'을 받아야 하는데 대주단들이 후순위로 밀려나니 동의하지 않고 있다.
김형범 대한주택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금융권 선순위 채권이 후순위로 바뀌는데 이에 대해 채권단이 PF 대출보증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한다"며 "받고 싶어도 못 받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업계는 국토교통부에 '담보권리 후순위 확약조건' 때문에 보증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개선을 건의했으나 수용되지는 않았다.
금융기관들이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2순위가 돼도 공적기관인 HUG가 보증을 하기 때문에 대주단은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대주단이 후순위 확약조건에 동의를 해주지 않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HUG 관계자는 보증실적 제로에 대해 "최근 미분양 주택이 감소세를 보이고, 건설사들이 자체 자금으로 공사를 진행하면서 보증 수요가 다소 제한적인 것도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분양과 분양 물량이 줄어든 것도 보증 감소에 한몫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인상, 시장침체 등으로 미분양 물량이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미분양 대출보증의 조건을 바꿔서 기한을 연장하는 것도 검토해야한다"라고 강조했다.
ljb@fnnews.com 이종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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