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혜화역 살인예고' 협박 30대男 1심서 '협박 혐의' 무죄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0 15:25

수정 2023.12.20 15:25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 왕모씨(31)가 지난 8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
혜화역에서 흉기 난동을 벌이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해 협박한 혐의를 받는 왕모씨(31)가 지난 8월 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

[파이낸셜뉴스]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살인 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국인 남성이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2부는 협박 등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 남성 왕모씨(31)에 대해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라고 판결했다.

앞서 왕 씨는 지난 8월 4일 오전 9시께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의 한 게시판에 “5일 오후 3시에서 12시 사이 혜화역에서 칼부림을 벌이겠다”는 글을 게시한 혐의를 받는다.

왕 씨는 8초만에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해당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이 대학생 커뮤니티 등으로 확산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사건을 수사하던 혜화경찰서는 인터넷 주소(IP) 추적을 통해 용의자를 특정하고 이튿날인 5일 오전 왕 씨의 자택에서 왕 씨를 검거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게시판의 글이 다른 온라인 사이트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왕 씨가 관여한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이 실제 공포감을 느낀 게시글은 최초 게시글이 아닌 유포 게시글이었기 때문에, 유포를 한 행위를 입증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최초) 게시글을 캡처한 사진이 발견됐고 조회수는 0으로 표시됐다. 이후 7시 30분께 B사이트에 피고인의 휴대전화에서 발견된 캡처글이 게시됐다”면서도 “B사이트의 글에 캡처글이 올라온 사정만으로 왕 씨가 B사이트 게시에 관여했는지 입증되지 않았다. A게시판에 글을 게시하고, 캡처한 행위만으로 피해자들이 공포심을 느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A게시판 글 게시후 8초 만에 삭제한 사정 등에 비춰보면 협박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며 “범죄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불법 체류한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왕 씨는 국내 체류 기간이 2021년 3월 만료됐으나 귀국하지 않고 한국에 머물러 온 것으로 파악됐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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