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할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전편들을 뛰어넘는 시리즈 최고 사전 예매량(32만장)을 기록하며 어제(20일) 개봉했다. '노량'은 역대 한국영화 최고 흥행작인 '명량'(2014)과 지난여름 726만명을 모은 '한산: 용의 출현'를 잇는 이순신 3부작의 완결편이다.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메가폰을 잡은 김한민 감독은 “허구 같은 장면이 진짜인 경우가 많다. 고증과 본질적 메시지 그리고 그 사이 창작자의 양심같은 것이 하나로 결합될 때 좋은 사극영화가 완성된다는 생각 하에 연출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보면서 허구인지 진짜인지 궁금한 부분을 정리했다.
■ 귀신 장수 이순신? “실제로 막내아들 꿈에 나타나”
“내가 죽고 너가 사는 것이 올바른 이치인데, 너가 죽고 내가 살다니.” 영리하고 무예가 출중했던 막내아들 면이 죽었다는 편지를 받고(1597년 10월 14일), 이순신은 이렇게 통곡하며 “아직 목숨은 남아있지만은 마음은 죽고 형상만 남아있을 따름”이라며 울부짖었다(‘난중일기’ 더스토리).
임진왜란을 일으킨 장본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죽음으로 문을 여는 '노량'은 경상도 남해현 노량해협의 겨울 바다에서 살아 돌아가려는 왜와 조-명 연합 수군이 이틀에 걸쳐 펼친 난전과 7년 전쟁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이순신의 결의를 조명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자식을 앞세운 아버지 이순신(김윤석 분)의 고통이 꿈속 장면을 통해 절절히 표현된다. 이 꿈속 장면은 흔히 100% 영화적 상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난중일기’에 기반에 둔 것이다. 김한민 감독에 따르면 이순신 장군은 실제로 절대적 순간에 선몽을 많이 꿨다. “귀신 장수”라고 불린 것도 이 때문. 명량해전이 일어나기 직전에는 꿈속에서 어떤 선인이 이렇게 싸우면 이기고 저렇게 싸우면 진다는 식의 전략 전술을 알려주기도 했고, 죽은 아들이 꿈에 나타나 자신을 죽인 자가 아군 진영 포로로 있다는 사실을 말해줬다.
‘노량’에서는 퇴각하려는 일본군을 조용히 보내 왜와의 물리적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명의 장수 진린(정재영 분)이 왜를 끝까지 섬멸하려는 이순신과 사사건건 부딪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진린은 면을 죽인 일본군 포로를 이순신에게 내어주며 원한이라도 풀라고 한다. 이순신은 그들의 얼굴을 확인하며 다시 꿈속 장면을 떠올리기도 한다.
■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진 시마즈 “살아서 본국 귀환”
백윤식이 연기한 일본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는 이순신이 전사한 노량해전의 일본 측 지휘관으로 당시 퇴로를 찾다가 관음포에 갇히고, 수차례 탈출 시도를 하다가 어떻게든 탈출에 성공했으나 대부분 함대가 수장된다. 비록 전
투에서 패해 전력을 모두 잃었지만 시마즈가 조선 수군을 공격함으로써 해상봉쇄가 일시적으로 풀렸고 덕분에 일본군의 퇴로가 열렸다는 점이 인정되어 전후 봉록을 받았다. 또한 '난중잡록' 등에 의하면 이순신을 저격하여 전사시킨 조총병 부대가 시마즈 부대라는 설이 유력하다.
김한민 감독은 “시마즈는 지금의 (규슈 최남단) 가고시마현 출신이다. 아이러니하게 메이지 유신(막부체제가 무너지고, 천황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립된 사건)을 일으킨 지역이고 이후에 우리에게는 일제강점기가 찾아오게 되는데, 그 지역의 맹주였던 시마즈가 (노량해전의) 중심에 있었다”고 극중 백윤식이 연기한 왜군 장수 시마즈 요시히로를 언급했다.
앞서 백윤식은 “전세가 불리한 상황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은 노련한 전력가이자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이순신에 맞서는 캐릭터라 맹렬한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또 (시마즈 의상을 수작업한 일본인 기능보유자가) 고향 분이라 존경하고 자랑스러워한다"면서 "(시마즈를 연기하는 내게) 잘 부탁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돌이켰다.
'노량'에서 시마즈는 아비규환의 전쟁 속에서 이순신의 북소리에 고통스러워하며 쓰러지는 장면을 연출한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의 북소리가 왜군에게 공포를 안겨줬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했다”며 “결국 요시히로는 목숨만 건진 채 본국에 돌아갔다”고 말했다.
■ 이순신 장군 “북치다 돌아가셨다”
‘노량’에서 이순신 장군은 백병전 도중 죽은 동료들과 막내아들의 환영을 본다. 이 장면은 전적으로 영화적 상상이다. 김한민 감독은 “‘극락도 살인사건’ 촬영 당시 멸치잡이 바지선을 타고 일출을 본 적이 있는데 이루 말할 수 없는 장관이었다”며 “그 일출을 400여 년 전 이순신 장군이 치열한 전쟁터에서 똑같이 보셨을 것”이라며 이 장면을 연출의도를 설명했다. “그 처참한 전장을 환히 들여다보면서, 보통 사람들은 경험하지 못하는 어떤 체험을 하셨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순신 장군은 환영을 본 뒤 아군을 독려하고, 적을 위협하기 위해 바다 가운데서 태산처럼 북을 친다. 김한민 감독은 “북소리는 이순신의 대의를 함축적으로 표상한다. 이순신 장군의 살신성인이 북소리"이라고 설명했다. "북소리가 시작되면 히데요시가 신음소리를 내고, 시마즈도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한다. 반면 진린과 같은 우리 편은 젖먹던 힘까지 낸다. 고니시가 도주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 북소리 때문이라고 본다. 이순신 장군님은 실제로 북을 치다가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노량’에서 이순신이 치는 북소리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관객의 마음까지 울린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