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중국은 내년도 경제정책 기조를 결정하는 경제공작회의에서 그간 노래를 불렀던 '공부론'과 '집은 투기하는 것이 아니라 거주하는 곳'이라는 문구를 싹 빼고 대신 '선립후파(先立后破)'라는 단어를 썼다. 분배를 강조했다가 4년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을 했지만 2024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5% 이상으로 경제를 끌어올리는 '성장우선'으로 정책기조를 전환하겠다는 말이다.
소비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67%를 넘어선 중국은 2023년 7월 상품소비의 마이너스 진입에 화들짝 놀라 8, 9, 10월에 경기부양책 폭탄을 퍼부었다. 그 덕분에 11월에 소비는 10.1% 상승했다. 통상 3일 회기인 경제공작회의를 역대 최단기인 2일 만에 끝내고 시 주석은 베트남 방문을 갔다. 베트남 방문이 중국의 1년 경제보다 중요하다기보다는 2024년 중국 경제는 미중 관계 안정, 경기부양책의 효과로 5%대는 달성 가능하다고 본 때문이다.
중국위기론은 미국 정부나 언론의 레토릭이 아니라 미국 기업의 행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인건비 따라가는 기업은 3류고, 시장 따라가는 기업이 1류다. 공장은 보조금 많이 주는 데 짓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있는 곳에 짓는다. 기술은 시장을 이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가 문제고 경제위기라는데 미국의 테슬라와 애플이 중국에서 공장 뺀다는 얘기가 없다. 맥도날드·스타벅스·월마트가 중국에서 철수한다는 얘기도, GM·포드가 중국에서 자동차공장 뺀다는 얘기도 없다. 엔비디아, 인텔, AMD, 마이크론 같은 미국 반도체 회사들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추가제재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시장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전 세계 최대의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전기차, 휴대폰, 노트북, 가전제품 시장이지만 한국에는 반도체 하나를 빼면 모두 그림의 떡이다. 중국의 경쟁력에 밀려 중국에 팔 게 없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모조리 털리고 나왔다는 것이 한국에 퍼진 일반적 정서지만 1992년 수교 이후 2022년까지 30년간 한국의 대중흑자는 7065억달러에 달했고, 동 기간 대일적자는 6269억달러였다.
중국에서 벌어서 일본의 원자재 사는 데 번 돈의 89%를 썼다는 얘기다. 한국의 대중적자는 30년 흑자에서 2023년 한 해 적자를 낸 것인데 한국은 적자를 흑자로 바꿀 전략이나 상품개발은 없이 탈중국만 얘기하고 있으면 답이 없다.
돈에는 꼬리표가 없다. 꼭 중국에서 흑자 못 낸다고 난리 칠 일은 아니다. 한국, 이젠 대중국 전략을 바꾸어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 전기차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의 주력이다. 중국에서 원자재 수입해서 미국과 유럽에 수출해 흑자 내면 된다.
그런데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의 중국의존도가 40~80%를 넘어선다. 중국은 반도체에는 희토류로, 전기차에는 영구자석으로, 배터리 규제에는 흑연 수출통제로 대응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중국의 자원무기화의 최대 피해자가 한국이 될 수 있다.
어떤 나라도 모든 공급망을 가진 나라는 없다. 공급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공급망 관리능력이 실력이고, 국력이다. 중동의 석유가 수입이 안 되면 한국 산업은 올스톱이다. 마찬가지로 지금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배터리는 '중국 원자재의 덫'에 걸렸다. 이젠 한국은 시장으로서 중국이 아니라, 원자재 공급국으로서 중국을 중동처럼 잘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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