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패턴 변화에 기업들 노년층 프로젝트 활발
[파이낸셜뉴스]【베이징=이석우 특파원】 '중국의 새로운 성장 시장은 노년층 관련 사업'.
해외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유아 및 어린이 사업들을 잇따라 접고, 노년층을 겨냥한 사업으로 선회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KFC, 피자헛, 타코벨 매장을 운영하는 얌 차이나 등에 따르면, 얌 차이나는 나이 든 고객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메뉴를 조정하고 있다.
KFC는 노인들이 좋아는 죽을 팔기 시작했고, 온라인과 슈퍼마켓에서 살 수 있는 포장된 식사도 메뉴에 추가했다. 계란으로 만든 타르트와 양념한 뉴올리언스 스타일의 닭 날개 등 메뉴의 다양성도 늘렸다.
KFC는 지난해 50세 이상 이용자들을 위해 미니멀리즘 버전의 모바일 앱도 출시했다. 글씨체도 커졌고, 이용자 식습관과 과거 주문에 따라 추천도 해주고, 원 클릭 주문 기능도 들어 있다.
울프 슈나이더 네슬레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중국에서 이유식 사업을 접고, 대신 성인 영양 제품을 판매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식품회사 다논도 지난달 중국에서 성인용 의료 영양 제품인 포티멜 브랜드를 출시했다.
다른 개발도상국들보다 훨씬 빠른 고령화와 60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2억8000만명이 넘는데다, 출산율은 가파르게 추락하는 상황 탓에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일부 여행사들은 은발 세대를 위한 여행 프로그램으로 국내 관광 붐에 일조하며 짭짤한 수입을 얻고 있고. 한 때 서리를 맞았던 대형 영어학원들은 성년과 노년들을 위한 영어 강습 활성화로 탈출구를 찾고 있다.
취학 연령 대상의 영리 과외를 중국 당국이 금지한 뒤 사업을 개편한 미국 상장 기업인 뉴 오리엔탈 에듀케이션 앤 테크놀로지는 최근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중국 내에서 문화를 주제로 한 투어를 주관하는 새로운 사업 부문을 시작했다. 뉴 오리엔탈의 뉴욕 상장 주가는 올해 상승세로, 2021년 당국의 과외 단속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초대형 플랫폼 회사들은 앞다투어 실버 세대를 위한 버전을 출시하고 있다. 노년층 사이에 메시지나 기사를 읽어주는 위챗의 오디오 기능은 자식들보다 낫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상당히 확산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거대 인터넷 기업인 텐센트 소유 메시지 앱인 위챗과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 타오바오 또한 글자 크기가 커지고 더 크게 터치할 수 있는 버튼을 가진 앱 버전을 만들어 내고 있다. 위챗 사용자들은 그들에게 메시지를 더 큰 소리로 읽어주도록 선택할 수도 있다.
중국판 틱톡(TikTok)인 더후인은 더 큰 글꼴, 더 선명한 버튼, 더 강한 색상 대비를 특징으로 하는 '노인 모드'를 선보였다. 또한 노인들에게 휴대폰 사용법, 사기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 및 인터넷 서핑에 대한 기타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고객 서비스 핫라인도 강화했다.
노년층의 증가로 다국적 기업과 현지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장기적인 성장 기회를 재고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제품과 마케팅 전략을 바꾸고 있다.
세계보건기구는 이미 중국 인구의 20%가 노인이 차지하고 있으며, 이 비율은 2040년까지 28%로 늘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 비율도 2031년에 미국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 게다가 지난해 중국의 출산율은 1.09명으로, 여성 한 명당 출산율 1명을 약간 웃돌았고, 일본의 1.26명에 못 미쳤다.
소비 패턴의 변화를 가져올 급격한 중국의 고령화가 세계 각 기업들에게 도전이자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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