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노인만 속는 보이스피싱? 1020 피해 늘고 있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1 12:05

수정 2023.12.21 14:01

/그래픽=이준석 기자
/그래픽=이준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1020세대에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적신호가 켜졌다. 전자기기 사용이 서툰 고령층이 주요 타깃이라는 기존 인식과 달리 최근 1020세대를 중심으로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더구나 최근 감소 추세였던 보이스피싱 피해 다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1월의 경우 보이스피싱 월별 피해액이 올해 들어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0% 이상 늘어 1020세대 피해
21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올해 1~11월까지 20대 이하 전화금융사기 피해 인원은 81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245명 대비 31%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이스피싱 피해 인원 2만479명에서 1만7089명으로 17%나 줄었지만 20대 이하 피해 인원은 늘어난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회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세대들이 수사기관 사칭 전화에 쉽게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이 보이스피싱 피해자 6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회경험이 부족한 20대는 검사 등 수사기관을 사칭하는 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계속 늘고 있다. 올해 11월까지 전체 보이스피싱 발생은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기관 사칭형 보이스피싱 발생건수는 1만33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165건 대비 27% 늘었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젊은층으로 향하는 배경에 대해 '저인망식'으로 바뀌는 범죄 행태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기존 피싱범들은 자산이 많은 중·장년층을 주로 노렸고 장기간에 걸쳐 범행을 진행했다. 피해자를 속여 예금을 빼앗고 대출을 받게 하는가 하면, 그 계좌를 대포 통장으로 만드는 등 완전히 털어가는 수법이었다. 하지만 최근 은행 등 각 금융회사가 보이스피싱 적발 시스템을 강화하면서 과거처럼 장기간 작업을 할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소액이라도 하루 안에 승부를 보는 '단타 범죄'가 많아졌고 자산이 얼마 없는 10~20대들도 이들의 그물망에 걸려들었다는 것이다. 보이스피싱 건당 평균 피해액도 지난 2020년 910만원에서 지난해 507만원으로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자료=경찰청) /사진=뉴스1
(자료=경찰청) /사진=뉴스1
11월 피해액 연간 최대 규모
줄어들던 보이스피싱이 다시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국수본에 따르면 지난 11월 전화금융사기 피해액은 483억원으로 최근 1년 내 최대 피해액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11월을 제외한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월평균 342억7000만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은 최근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택배 도착 알림, 대학교 합격 조회, 소상공인 지원, 청첩장·부고 등의 미끼 문자를 보내는 수법을 쓰고 있다. 인터넷 주소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악성 앱이 설치되고, 해당 앱을 통해 피해자 휴대전화에 있는 각종 개인정보를 빼내 가는 식이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신분증 사진이나 통장 사본 사진으로 휴대전화를 개설하기도 한다.
또 보이스피싱을 의심한 피해자가 실제 검찰이나 경찰에 확인 전화를 걸면 중간에 전화를 가로채 당겨 받는 '가로채기' 수법까지 동원해 피해를 막기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콜센터 범인은 한국인이 많으며, 특정 사투리는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며 "검사나 수사관을 사칭할 때 아주 강압적인 목소리를 사용하므로 피싱임을 모르는 사람은 완전히 위축되어서 범인의 말에 따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범인들은 새로운 회피수단들을 계속 만들어 내기 때문에 민·관·경의 대응에 한계가 올 때가 있다"며 "국민 개개인의 관심과 예방 능력 강화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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