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석유제품 거래 6.7% 감소
장내거래 커지면 장외 마진 줄어
호가만 내고 실거래는 소극적
장내거래 커지면 장외 마진 줄어
호가만 내고 실거래는 소극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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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등락으로 거래가 줄어든 영향도 있으나 제품을 장내로 끌어들이는데 대한 반대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석유시장에서 거래되는 3개 유종(휘발유·경유·등유)의 올해 거래량은 10억3097만L(20일 기준)로 집계됐다. 2020년(12억3714만L), 2021년(11억499만L) 대비 각각 16.7%, 6.7% 감소한 수치다.
거래량이 가장 많은 경유는 2020년 8억36만L에서 올해 6억8930만L로 13.9% 줄었다. 휘발유(3억4446만L→2억5926만L)와 등유(9232만L→ 8241만L) 역시 거래량이 각각 24.7%, 10.7% 축소됐다. 거래대금으로 봐도 등유를 제외하면 사정은 비슷하다. 휘발유 매수액은 이 기간 5188억원에서 3905억원으로, 경유는 1조402억원에서 9591억원으로 줄었다.
KRX석유시장은 석유제품을 경쟁체제 하에 전자상거래상 유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2년 3월 개장됐다. 폐쇄적인 국내 석유제품 거래 과정을 투명화함으로써 유가 안정에 기여한다는 것이 기본 목적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에서 정한 저유시설(기름 저장·공급시설) 등을 갖춘 석유사업자들이 참여한다. 정유사, 수출입업자 등 매도자와 대리점, 주유소 등 매수자가 호가를 입력한 후 매매거래가 체결되면 석유제품이 배송된다. 매수대금은 그 다음에 납부된다.
시장 참여 유인도 있다. 매도자 입장에선 상시적으로 다수 매수자를 상대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판매관리비를 아낄 수 있고, 현금결제로 자금 유동성이 개선되는 이점이 있다.
매수자에겐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진다. 올해 1월 1일부터 오는 2025년 12월 31일까지 KRX석유시장을 통한 매수금액의 0.3%로 적용된다.
문제는 시장이 한계에 봉착했단 점이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 각국 정세에 따른 국제유가 출렁임 등 거시경제 요인으로 거래가 위축되는 영향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장내시장을 탐탁지 않게 보는 참여자들이 참여를 꺼리는 요인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시장 내부거래 비중이 커질수록 장외 판매마진이 줄어들기 때문에 호가만 임의 제출하고 실제 거래 참여에는 소극적이란 뜻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장외시장이 잘 작동하고 있는데 장내시장을 왜 활성화하느냐고 반발한다"며 "정부가 석유시장 활성화를 위해 고속도로 근처에 알뜰주유소를 만들어 활성하려 했으나 정유사들이 반기를 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에선 이미 정착돼 있는 석유제품 선물시장을 활성화하는 방법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거래량이 줄었고, 올해는 다소 회복됐다"며 "카르텔에 대해선 사실로 확인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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