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부터 소 럼피스킨까지 가축전염병 잇따라
4년여만에 구제역 발생...방역당국 속수무책
4년여만에 구제역 발생...방역당국 속수무책
[파이낸셜뉴스] 올해 가축전염병 발생이 잇따르며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달걀과 닭 가격을 위협하고 있다. 봄에는 4년여 만에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생 범위도 넓어졌다. 지난 10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 럼피스킨이 확인되기도 했다.
대부분의 가축질병은 확산을 막기 위해 살처분을 진행한다. 이는 가축 수요 부족으로 이어져 먹거리 물가에 자연스레 영향을 미친다.
소 럼피스킨 첫 확진·구제역은 4년만 발생
23일 방역당국에 따르면 올해 10월20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충남 서산시의 한 한우농장에서 소 럼피스킨 확진 사례가 나왔다.
ASF는 올해 양돈농장에서 모두 9건 발생했다. 발생 건수가 증가한 것 뿐만 아니라 최근 ASF에 확진된 야생 멧돼지의 발견 범위가 경기, 강원에 이어 전국으로 넓어진 것도 문제다.
특히 지난 14일 부산 금정구 한 야산에서 포획된 야생 멧돼지가 ASF에 걸린 것으로 확인돼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부산에서 ASF 양성 사례가 나온 것은 국내에서 ASF가 처음 발생한 2019년 9월17일 이후 처음이다. 금정구에서 가장 가까운 기존 ASF 발병지가 경북 청송군과 포항시로 100㎞ 이상 떨어져 있고, 부산 쪽으로 ASF를 확산시킬 수 있는 경북 영천시·경주시·경산시 등에선 지난 한달간 멧돼지가 ASF 양성 판정을 받은 적 없다는 점에서 이번 사례 전파경로는 아직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야생 멧돼지에 의해 전파된 경우라면 ASF 방역망이 경남까지 사실상 뚫렸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방역당국은 ASF 확산을 막기 위해 이달 말까지 정부 합동 특별점검을 진행 중이다.
지난 5월10∼18일에는 농장에서 구제역 감염 사례가 11건 발생하기도 했다. 구제역은 소, 돼지, 양 등 우제류가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발생하는 질병으로 감염된 동물은 입과 혀 등에 물집이 생기고 식욕 부진 등이 나타나 심한 경우 폐사한다. 국내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것은 지난 2019년 1월 이후 4년 4개월 만이었다.
정부는 애초 5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로부터 구제역 청정국 지위를 얻어 한우 수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었다. 공교롭게 WOAH 회의를 열흘 정도 앞두고 또 구제역이 발생해 청정국 지위를 얻지 못했다. 구제역 청정국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2년간 구제역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최근에는 AI가 급속도로 번지면서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병원성 AI는 보통 국내에서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유행한다. 야생조류뿐 아니라 가금농장에서도 확인된다.
AI에 달걀·닭고기 가격 또 오를까
문제는 이같은 가축 전염병이 가뜩이나 힘든 서민 물가를 자극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21년 12월에는 한달여 만에 전국 40개 농장에서 AI가 확진되며 닭고기는 7.8%, 달걀은 5%가량 상승한 바 있다.
이는 먹거리 물가로 직결된다. 먹거리 물가 상승률은 전체 물가 상승률을 2년 넘게 상회하고 있다. 소득 증가율보다 높아 가계 경제에 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대표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월 116.96으로 전년 동월 대비 10.4%나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4월(11.1%) 이후 13년10개월 만에 최고치다.
정부는 AI로 인한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신선란, 닭고기를 수입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는 이달 15일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향후 AI 확산 속도 등에 따라 신선란 112만개(약 67t)를 내년 1월부터 국내에 수입하기로 했다. 닭고기도 내년 1분기 이내에 추가 할당관세 물량 3만t을 도입할 방침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AI 확산에 대비해 닭고기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종계 사육 기간 제한 64주령을 없앴다. 부화 목적으로 쓰이는 종란 수입 등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살처분한 종계는 전체 사육 규모 대비 미미한 수준이라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