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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범 승리로 끝난 '형제의 난'… 법적분쟁 등 불씨는 여전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4 18:33

수정 2023.12.24 18:33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종료
조현범, 확보 지분 50% 육박
MBK파트너스 "지켜보겠다"
주주 가치 제고 압박 커질 듯
조현범 승리로 끝난 '형제의 난'… 법적분쟁 등 불씨는 여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이 부친인 조양래 명예회장 등의 지원으로 형인 조현식 한국앤컴퍼니 고문과 MBK파트너스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는데 성공했지만 법적 분쟁 대응과 기업가치 제고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고비를 넘겼지만 조 회장이 횡령·배임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라 사법리스크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을 어떻게 해소할지 주목된다.

■다음 과제는 법적분쟁 대응

2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조현식 고문(조양래 명예회장의 장남),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장녀), 조희원씨(차녀)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추진한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가 실패로 끝났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면서 경영권 확보를 위한 최소물량(20.35%)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에 응한 최종 지분율을 오는 27일 공시할 예정이다.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유의미한 청약이 들어왔으나 목표치에는 이르지 못했다"며 "한국앤컴퍼니의 지배구조가 개선되는지 계속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업계와 시장에서는 예상대로 전개됐다는 반응이다. 당초 조현범 회장 지분이 42.03%나 되는데다 조양래 명예회장과 큰 아버지 조석래 효성 명예회장이 백기사(우군)으로 나서면서, 승기가 조 회장에게 기울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번 경영권 방어에도 훼손된 기업 가치와 갈등의 불씨를 해소해야 할 과제를 남겼다. 조 회장의 형·누나·여동생과 MBK파트너스 측은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형제의 난'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도 부담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 조양래 명예회장의 지분 매입과 관련해 시세조종과 주식 대량보유 보고 의무 위반 등이 의심된다며 조사를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조 회장 측이 우호 지분 확보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법정 공방에 돌입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공개매수 기간 지분을 매집한 조 명예회장의 의결권을 무력화하는 가처분 소송을 진행하는 동시에 2차 공개매수 여부를 저울질할 수 있다는 것이다. MBK파트너스와 손잡은 조현식 고문은 "이번 공개매수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문제를 계속 제기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내비쳤다.

■지속되는 여진...기업가치 제고

게다가 누나 조희경 이사장이 제기한 부친 조양래 명예회장에 대한 한정후견개시 심판 청구 2심이 내년 1월 예정돼 있다. 지난 4월 1심 법원은 조 이사장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법원이 조 이사장의 성년후견 신청을 받아들이면 지난 2020년 조양래 명예회장이 자신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차남 조 회장에게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형태로 넘겨준 것이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번 주식공개매수 경쟁 속에서 이 사건을 둘러싼 갈등은 다시 부각됐다. 한국앤컴퍼니 측은 "(조 이사장이) 돈에 눈이 멀어 천륜을 저버렸다"면서 한정후견개시 심판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 이사장 측도 21일 입장문을 통해 '(차남) 조 회장이 건강하지 않은 아버지를 이용해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겨왔다"고 맞받아쳤다.

계열사 부당 지원과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지난달 보석으로 석방된 조현범 회장이 재판을 계속 받는 점도 리스크다. 조 회장은 지난 2020년 업무상 횡령 및 배임수재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한국타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추가적인 경영권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우호 지분을 끌어안기 위한 배당을 늘리는 등 주주친화정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타격을 입은 주주들의 피해도 상당하다. 공개매수 발표 초반에는 경영권 분쟁 기대감으로 2만원대를 넘어섰던 주가는 지난 22일 1만6380원으로 하락해 공개매수 전 수준으로 회귀했다.
오너 리스크 때문에 주가가 출렁인 만큼,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시장의 압박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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