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사정 어려워 수선집 여성에게 아이들 위탁
8개월 후 찾아가 보니 아들 '동가'는 없고 딸만 있어
생면 부지 여성이 찾아와 "내 아들 했으면 좋겠다"
8개월 후 찾아가 보니 아들 '동가'는 없고 딸만 있어
생면 부지 여성이 찾아와 "내 아들 했으면 좋겠다"
아들 이동가군(사진·실종 당시 만 7세)을 찾는 어머니는 꼭 하고 싶다며 남긴 말이다. 실종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아들이 자신 인생의 전부라는 동가 어머니의 사연은 절절했다. 아들을 잃어버린 죄책감에 자신이 머무는 방의 보일러는 30년째 꺼놓았다.
동가군은 지난 1992년 6월 경상남도 마산시(현 창원시)에서 실종됐다. 당시 동가 어머니는 사업을 하다가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였다. 너무 힘들어 잠시 동가군과 여동생을 평소 알고 지낸 한 여성에게 맡겼다. 여성은 동가 어머니가 옷을 수선할 때 다니던 수선집 직원이었다. 동가 어머니는 아이들을 빨리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8개월 정도가 지나 어머니는 아이들을 데리러 다시 수선집 여성을 찾았다. 동가에게 줄 장난감과 딸에게 줄 머리핀도 샀다. 그런데 여성과 아이가 사라졌다. 급한 마음에 경찰을 찾았고 어렵게 위치를 파악했다. 아이들과 여성이 있는 곳은 외딴곳에 있는 한 암자였다.
곧바로 동가 어머니는 경찰과 함께 아이들과 여성이 있는 암자를 찾아갔다. 그리곤 충격에 빠졌다. 아들 동가군은 보이지 않고 딸만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주처럼 키웠던 딸의 몰골은 꾀죄죄한 게 말이 아니었다.
충격 속에서 어머니는 동가군이 어디 갔냐고 수선집 여성에게 따져 물었다. 그러자 수선집 여성은 "동가가 엄마를 찾아가겠다면서 집을 나갔다"고 답했다. 그동안 편지도 많이 썼기에 동가가 동생을 두고 홀로 떠났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한다.
동가 어머니는 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그러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어느 날 아이들과 암자에 머물던 수선집 여성이 동가군은 두고 여동생에게만 목욕탕을 가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여동생은 수선집 여성과 암자를 나섰다. 하지만 목적지는 목욕탕이 아니었고 여기저기를 다니다가 다시 암자로 돌아왔는데 동가군이 없었다고 한다. 수선집 여성에게 물어봤으나 횡설수설하며 답을 못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자신에게 청소 등 집안일을 시켰고 이후 동가군을 보지 못했다고 한다. 또 엄마의 편지도 받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여동생이 기억하는 것은 또 하나가 있었다. 암자에 찾아오는 여성이 한 명 있었다는 것이다. 여성은 동가군에게 "잘생겼다", "내 아들 했으면 좋겠다" 등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딸에게 이야기를 들은 동가 어머니는 분노했다고 한다. 경찰이 말리지 않았으면 더 큰 사건·사고가 생겼을 것이라고 했다.
이후 동가 어머니는 혼신의 힘을 다해 동가군을 찾았다. 300만원의 사례금을 걸고 전단지도 많이 뿌렸다. 제보가 들어오는 곳이라면 전국을 다 다녔다. 대부분이 사례금을 노린 허위 신고였다.
동가 어머니는 "동가를 만날 때까지 내 방만 보일러를 틀지 않는다. 아들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데 부모가 돼서 따뜻한 곳에 있을 수 있냐는 생각에서다"며 "동가를 만난다면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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