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영상을 보면 일반적 사람들은 도박하는 사람을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뻔히 저렇게 될 줄 알면서 왜 도박을 계속하는 것일까.
하지만 의료진은 도박중독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고 누구나 걸릴 수 있다고 한다. 중독은 마음이 약하거나 의지가 약하거나 삶이 공허해서만 빠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독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중독은 쾌락에서 발생한다. 쾌락중추를 발견한 것은 1954년 미국 생물 심리학자 제임스 올즈와 피터 밀러가 쥐 실험을 통해서다. 쥐의 뇌에 전극을 심고 스위치를 누르면 뇌에 전기자극을 주도록 한 것이다. 전기자극의 쾌감을 경험한 쥐는 먹이활동과 같은 기본적인 욕구를 포기하게 된다. 결국 1시간에 700번 이상으로 스위치를 눌러서 결국 죽음에 이른 쥐도 있었다. 이 쾌감중추를 '보상회로'라고 부른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뇌의 보상회로를 자극하는 것에는 자연보상과 인위적 보상이 있다. 자연보상은 음식, 물, 성관계 등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소소한 자극을 말한다. 인위적 보상은 인공적으로 외부에서 주입할 수 있는 담배, 약물, 도박 등이다. 인위적 보상은 자연보상에 비해 2배에서 몇 십배까지 더 큰 쾌락을 줄 수 있다.
최근에는 청소년 도박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강원랜드까지 가지 않아도 모바일로 도박을 접할 수 있어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지난해 기준 2312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도박중독으로 병원을 찾은 청소년은 2018년 65명에 그쳤지만, 올해 8월 이미 100명을 넘어섰다. 병원을 찾았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더 많은 아이들이 도박에 빠져 있다.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이 발표한 '2022년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청소년 398만6403명 중 19만562명(4.78%)이 '도박문제 위험집단'에 속했다. 청소년 100명 중 5명이 도박문제에 노출된 것이다.
청소년 시기는 아직 뇌가 완성되지 않아 도박중독에 더 위험하다. 뇌의 전전두엽에서 나오는 글루타메이트 물질은 일반적이지 않은 쾌감을 억제한다. 이 억제 시스템은 자라면서 발달이 되고 20대 초반에 완성된다. 청소년기에는 아직 제어장치가 완성이 되지 않은 상태다. 더 쉽게 도박중독에 빠지고 재활도 쉽지 않다.
의료진은 도박중독을 '90일병'이라고 부른다. 의지만으로 90일 정도는 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도파민 회로를 억제하는 약물인 날트렉손과 도파민 생성에 영향을 미치는 엔도르핀 억제제도 사용한다. 하지만 약물로도 치료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게 도박중독 치료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버티지 말고 도박이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도망치면서 관리해야 하는 것이 도박중독이다.
최근 정부에서도 불법도박을 근절하기 위해 불법온라인도박감시통합센터를 신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청소년 도박문제는 더 심각하다. 접근부터 재활까지 좀 더 세세하게 관리해주길 바란다.
pompom@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