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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남편 생각날 때 마다 모았어요"..소방관 울린 익명의 손편지 [따뜻했슈]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6 07:53

수정 2023.12.26 07:53

간식과 음료 50잔, 현금 200만원 봉투
남편 기일에 선물박스 전달한 30대 여성
경기 광주소방서로 온 손 편지/사진=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경기 광주소방서로 온 손 편지/사진=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상을 떠난 남편을 살리기 위해 출동했던 구급대원들을 위해 남편 기일에 기부금과 손 편지 등을 전달한 3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져 훈훈함을 주고 있다.

25일 경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15일 경기 광주소방서에 선물 박스가 배달됐다.

익명으로 보내진 박스 안에는 와플 등 간식과 음료 50잔 등과 함께 현금 200만원이 든 봉투와 편지가 담겨있었다.

경기 광주소방서로 배달된 음료/사진=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경기 광주소방서로 배달된 음료/사진=경기소방재난본부 제공,연합뉴스
"1년 전 오늘, 남편 병원 이송됐지만 숨져"

익명의 30대 여성 A씨는 편지에 자신을 "예쁜 딸아이의 엄마이자 1년 전 오늘 구조대원님들께서 구조해주신 한 남자의 아내"라고 소개했다.

A씨는 "춥게 눈 내리던 그날 추위도 잊고 어떻게든 빨리 구조해 주시려고 노력하시던 구조대원분들...저는 어제인 것같이 생생한데 일 년이 지났다"며 당시 상황에 대해 회상했다.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A씨의 남편은 지난해 12월15일 직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지병을 앓던 그는 구급대원들에게 응급처치를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을 거뒀다.

A씨는 "일 년이 지난 오늘은 예쁜 딸의 생일이자 남편의 기일인데 이날이 오는 게 무서워서 남편이 아이를 위해 생일선물 준다고 생각하고 남편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모았다"며 "아이에게 아빠 이름으로 뭔가를 사주는 것도 좋지만 그날 애써주신 분들께 인사드리는 게 남편도 '우리 아내가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때 감사한 마음으로 모았다" 마음 전한 아내

이어 "그날 이후 구급차를 보면 숨 막히게 힘들었는데 이런 생각을 하고 다짐을 하니 구급차를 보는 게 예전만큼 힘들지 않다"면서 "어쩌면 감사한 마음의 표현도 있지만 제 마음 편하고자 한 일일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없는 살림에 모은 돈이라 감사한 마음에 비하면 턱없이 작지만 부디 부담 없이 편히 받아주시고 구조대원분들께서 필요한 곳에 사용해달라"고 전했다.

A씨의 선물 박스를 전달받은 소방당국은 기부금을 돌려주기 위해 A씨를 찾아 나섰다. 기부금의 경우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돌려받은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남편의 이름으로 기부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관계자는 "출동 중에 사망자가 나오면 유족으로부터 원망 받는 경우도 있는데 이분은 선물과 함께 진심 어린 편지까지 써주셔서 직원들 모두 가슴이 뭉클했다"고 전했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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