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경찰은 20대 남성을 중국에서 한국으로 강제 송환했다. 이른바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한국인 주범 A씨(26)다.
사건 발생 8개월 만의 송환
경찰에 따르면 송환된 피의자 A씨는 지난 2022년 10월 중국으로 출국한 후 중국에 머무르며 국내외 공범들과 공모,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이른바 '마약 음료'를 만들었다.
세상에 나오지 말았어야 할 마약 음료가 유통된 곳은 어이없게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였다. 지난 4월 3일 대치동 학원가에서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열린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를 이용해서다. 물론 이 음료는 '집중력 강화'와는 무관한 마약 음료였다.
사건 당일 마약 음료인지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시음한 미성년자는 무려 13명에 이른다. 이들은 구토와 어지럼 증상을 보였다. 정신착란과 호흡곤란,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범행은 한발짝 더 나아갔다. A씨는 마약 음료를 마신 피해 학생의 부모들에게 자녀들이 마약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현금 1억원 등 금품을 갈취하려고 했다.
경찰이 즉각 수사에 나선 이후 일부 피의자의 자수까지 나오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사건 당시 중국 체류하던 A씨가 국내 공범에게 마약 음료 제작을 지시하고 '던지기 수법'을 통해 마약(필로폰)을 공급했다. 국내에서 마약을 공급받은 공범은 우유와 섞어 마약 음료 100병을 제조했다고 한다. 마약 음료병에 붙일 '메가ADHD'라는 라벨을 붙였다. 시음행사를 진행할 아르바이트생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대학 커뮤니티 등 앱과 사이트를 통해 15만원 수준의 고액 아르바이트 공고를 냈고 고용까지 성공했다. 그렇게 '마약 음료'는 서울 강남 한복판인 학원가로 흘러 들어갔다. 특히 마약 사건을 벌인 이후 전화로 협박했다는 점에서 마약사건과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가 결합한 첫 사건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줬다.
국제공조로 검거에서 송환까지
국내 공범이 순차적으로 경찰에 검거됐지만 중국에 머물던 A씨의 검거는 쉽지 않았다.
경찰청은 사건 발생 직후 수사관서인 서울청 마약범죄수사대의 요청에 따라 A씨에 대한 인터폴 적색수배서를 발부받았다. 동시에 주중대사관 경찰주재관을 통해 중국 공안부와의 핫라인을 가동했다. 수사 진행상황을 상호 공유하며 A씨에 대한 추적을 전개한 것이다.
윤희근 경찰청장도 지난 4월 20일 협조를 당부하는 취지의 친서를 중국 공안부장에 전달하는 등 A씨의 검거 및 국내 송환을 챙겼다.
한국 경찰과 주중한국대사관, 중국 공안부가 전방위적 공조로 A씨는 사건 발생 52일 만인 지난 5월 24일 중국 현지 공안에 의해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검거됐다.
검거 이후에도 A씨의 송환을 위한 한국과 중국 간 협의는 계속됐다. 한중 경찰은 인터폴 국가중앙사무국장회의, 제6차 한일중 경찰협력회의 등 주요 국제행사 때마다 수시로 만나 A씨의 신병처리 방향에 대한 의견을 조율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10월 17일 경찰청에서 개최한 '2023 서울국제경찰청장회의' 시 중국 공안부 고위급과의 양자 회담을 통해 A씨의 신속한 국내 송환을 재당부하기도 했다.
마침내 지난 20일 중국 공안부는 A씨의 강제추방을 결정했다. 이에 경찰청은 중국 지린성 연길시로 호송팀을 급파, 지난 이날 15시 25분께 A씨의 국내 송환이 성사됐다.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은 "이번 송환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테러와도 같은 마약 범죄를 척결하기 위한 한·중 경찰의 부단한 노력이 맺은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수사공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 역내 치안 확보 기반을 공고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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