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주요 은행들이 올해 6만명 넘게 감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급격히 늘었던 은행들의 대규모 충원이 감원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기업 인수합병(M&A), 기업공개(IPO) 등이 부진해 은행들의 감원 추세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투자은행들, 2년 연속 고전
올해 뉴욕증시가 지난해 부진을 떨치고 급등세로 돌아섰지만 투자은행에 몰아닥친 한파는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이하 현지시간) 투자은행들이 2년 연속 수수료 급감 흐름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력 감축을 통한 마진 확보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들의 주 수입원인 M&A, IPO 가뭄이 계속되면서 감원 칼을 빼어들었다는 것이다.
FT 집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주요 은행들의 감원규모는 최소 6만1905명에 이른다.
UBS와 크레디트스위스(CS) 합병사가 1만3000명을 감원했고, 웰스파고가 1만2000명, 씨티그룹,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등이 4000~5000명씩을 감원했다.
이외 골드만삭스, 로이드뱅킹그룹, PNC, 바클레이스, 뱅크오브뉴욕(BNY)멜론, JP모건, 도이체방크, 캐나다 토론토-도미니언뱅크, 뱅크오브노바스코시아(BNC), 호주 커먼웰스뱅크, 웨스트팩 등 세계 곳곳의 주요 은행들이 대거 감원에 나섰다.
월스트리트 대형 은행들의 올해 감원 규모만 최소 3만명에 이른다.
금융계 헤드헌터인 실버마인파트너스 사주 리 태커는 "대부분 은행들에는 안정성도, 투자도, 성장도 없다"면서 "추가 감원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내년에도 추가 감원 우려
2015년과 2019년에는 유럽 은행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고전하면서 대규모 감원에 나선 것이 특징이지만 이번에는 고금리에 은행들의 발목이 잡혔다.
고금리 여파로 기업간 M&A와 회사채 발행, IPO 등이 가뭄을 겪으면서 투자은행들이 몸집 줄이기가 불가피해졌다. 올해 은행 감원의 최소 절반은 이 고금리 충격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매출 감소폭에 비해 감원 증가폭은 더딘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추가 감원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사들을 고객으로 하는 데이터제공업체 코얼리션그리니치에 따르면 대형 투자은행들은 올 상반기에만 직원 4%를 감원했고 하반기에는 더 많이 인력을 줄였다.
코얼리션 글로벌 경쟁분석 책임자 고라브 아로라는 "이같은 감원이 매출 감소보다는 완만한 수준"이라면서 "여전히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 반등을 기대하고 있지만 낙관이 사라지면 매출 감소에 걸맞은 대규모 감원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에도 투자은행들이 올해처럼 고전을 지속할 것"이라면서 "상황을 깨달은 은행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서 대대적인 감원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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