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도전한 후보 가운데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규모 무역전쟁을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이라면서 내년에 재선에 성공하면 모든 수입품에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과 정상적인 무역관계 역시 파기하겠다고 다짐했다.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가 대대적인 무역전쟁에 나서겠다고 쐐기를 박았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선거 홍보물, 언론 인터뷰 등에서 트럼프는 모든 수입제품에 10% 관세를 물리고, 미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나라에서 수출한 제품에는 그와 같은 정도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눈에는 눈, 관세에는 관세"로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중국과 정상적인 무역관계를 뒤엎겠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장난감부터 산업용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수입품에 고관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정치 컨설팅 업체 유라시아그룹의 데이비드 볼링은 "트럼프에게 무역은 알파이자 오메가"라면서 "그에게 무역정책은 곧 외교정책"이라고 말했다. 볼링은 트럼프와 조 바이든 행정부 무역부처 출신이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가 새로 들어서면 바로 첫 날 (교역정책과 관련해) 뭔가 (대대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 유럽, 인도태평양도 타깃
트럼프의 주된 목표는 중국이지만 유럽을 비롯해 다른 나라들도 그의 매서운 눈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트럼프는 유럽 국가들이 소프트웨어, 온라인 구독, 기타 디지털 서비스에 세금을 물리는 것에 반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왔고, 재집권에 성공하면 유럽 국가들을 응징하기 위해 벼르고 있다.
그는 바이든이 체결한 인도태평양 13개국과 경제협력 역시 자신이 집권하면 곧바로 폐기하겠다고 다짐해왔다. 병원에 도착할 당시 이미 사망한 상태라는 뜻인 'DOA(dead on arrival)'협약이라고 부르고 있다.
미 경제·국제관계 충격
교역 전문가들은 이같은 트럼프 정책들이 구현되면 미국의 경제와 국제 교역은 심각한 충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규 관세는 중국은 물론이고 동맹들의 반발을 부르고, 보복관세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 일부 미 산업은 외국업체와 경쟁에서 보호막을 얻을 수 있겠지만 다른 산업들은 심각한 비용압박을 각오해야 한다.
트럼프 시절 높지 않았던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역시 다시 크게 뛸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그러나 이같은 충격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뜻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충분하다.
지난 집권 시절 중국과 무역전쟁을 시작해 중국 제품 3000억달러어치 이상에 최대 25% 관세를 물렸다. 그 보복으로 중국은 관세를 비롯해 다양한 제재를 가했다.
미국과 중국은 갈등이 고조되자 무역합의를 맺었지만 중국은 끝내 약속한 미 제품 구매약속을 일부만 이행했다.
한편 친기업 비영리 연구기관 '세금재단(The Tax Foundation)'에 따르면 10% 관세가 붙으면 미 소비자들과 기업들은 3000억달러 세부담을 지게 된다. 이때문에 미 국내총생산(GDP)은 0.5% 줄어들고, 50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진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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