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또래와 어울리지 못하는 벨기에 브뤼셀의 19세 대학생 앙주와 책은커녕 단어 하나도 제대로 읽지 못하는 16세 고교생 피. 이런 두 사람이 어느 날 과외선생과 제자로 만나 함께 고전 문학을 읽기 시작한다.
계급도 출신 배경도, 관심사도 서로 너무나 다른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갇혀 있다'는 감각과 생에 대한 두려움이다.
막대한 부를 축적한 아버지 밑에서 방황하던 피는 문헌학을 전공하고 있는 앙주의 도움을 받아 스탕달의 '적과 흑'을 시작으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카프카의 '변신', 라디게의 '육체의 악마' 등 고전의 반열에 오른 유럽의 문학작품들을 천천히 읽어나간다. 그러면서 점차 문학과 예술에 대한 취향을 갖게 되고, 한 명의 독자이자 인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소설 '비행선'은 벨기에 출신으로 프랑스어권에서 폭넓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스물아홉번째 소설이다.
기댈 곳 없이 방황하던 두 청년이 기묘한 사제 관계를 이뤄 근엄한 고전들을 더듬더듬 읽어나가며 나누는 촌철살인의 대화는 책이나 삶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느냐는 피의 물음에 대한 앙주의 대답은 이렇다.
"비결은 없어. 그냥 펼쳐서 읽으면 돼"
어느 수업 시간에 앙주는 피에게 이렇게 소리치기도 한다.
"뭔가에 도달하려고 기를 쓰고 노력해 봐. 죽기 전에 살란 말이야. 움직여!"
노통브는 앙주라는 인물에 문학과 예술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던 자신의 열아홉살 시절을 고스란히 투영해냈다.
독서의 힘에 관한 예리한 통찰이 담긴 문장이 곳곳에 가득한 이 성장소설은 이런 문장으로 끝을 맺는다.
"젊음은 하나의 재능이지만, 그것을 획득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여러 해가 지난 후에 나는 마침내 젊은이가 되었다."
성장을 가로막는 껍질을 깨부수고 진정한 젊음에 도달하기 위해선 각고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열린책들. 이상해 옮김. 2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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