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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치인 위주로 비대위원 구성"… 한동훈, 새판짜기 시동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7 18:48

수정 2023.12.27 18:48

철저한 보안속 비대위 구성 주목
"나이 기준 세대교체? 신뢰 안해"
789세대 비대위원 인선 선긋기
영남권 중진·친윤 물갈이 대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식 활동에 들어가면서 연말까지 완료할 차기 비대위 구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789세대(70~90년대생)가 비대위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알 수 있다. 당내에서조차 비대위 구성 과정에서 보안이 철저해 오리무중이라는 평가다. 내년 총선 승리를 선두에서 이끌어야 하는 비대위 구성에 이목이 쏠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27일 정치권과 국민의힘에 따르면 한 비대위원장이 임명할 수 있는 비대위원은 최대 12명으로 추산된다.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을 포함해 15인 이내로 구성되는데, 당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은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날 국회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 인선과 관련해 "좋은 분들 나름대로의 사정들 때문에 제가 진정성 있게 설득을 드리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며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고, 가족을 보호하고,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비대위원으로)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비대위는 비(非)정치인 위주로 구성될 계획이다. 현역 의원들이 비대위에 다수 포함되면 기존 정치와 다른 노선을 걷겠다는 한 위원장의 혁신의 모습이 평가 절하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풀이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비대위는) 당연히 비정치인 위주다. 정치인 위주로 할 것이면 제가 여기 나와 있는 것이 이상한 일"이라며 "정치인을 비하하는 것은 아니고, 정치인은 정치인의 역할이 있고 정치를 바꾸는 상징적 모습을 보여드리는 면에서 비대위는 그런 분들을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취임 일성으로 586 운동권 세대와의 결별을 선언해 비대위가 789세대로 구성될 수 있다는 세대 교체론에는 신중한 모습을 나타냈다. 나이로 제한을 두기보다는 실력을 최우선에 두겠다는 평소의 지론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 비대위원장은 "생물학적 나이를 기준으로 한 세대포위론이나 세대교체론이라는 말은 그렇게 신뢰하지 않는다"며 "열정과 동료 시민에 봉사하겠다는 선의에 나이 제한은 없다"고 강조했다. 인위적이고, 물리적인 세대 및 연령 갈라치기는 배격하고 자연스럽게 전 계층을 아우르는 실력과 대중적 인지도를 겸비한 '보통사람들'을 인선하겠다는 말로도 들린다.

본인의 총선 불출마 선언에 따라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중진 불출마 및 험지 차출에는 다소 거리를 둔 모양새다. 앞서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고, 한 비대위원장도 총선 불출마를 약속하면서 영남권 중진과 친윤 의원들을 대상으로 대폭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굳이 자신의 총선 불출마 카드로 압박하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출마를 하셔야 할 분은 오히려 출마해야 한다"며 "불출마 자체가 미덕은 아니다"고 했다.

다만, 자신의 총선 불출마 선언은 총선 승리에 진심을 보여주기 위한 결정으로 이해해 달라는 입장으로 해석된다.
한 비대위원장은 "법무장관을 하면서 국회가 대단히 중요하고, 국회의원이 돼서 입법 활동을 통해 시민에 봉사하겠다는 생각도 했었다"며 "이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개인의 바람보다는 우리 전체의 승리를 위해 도움이 되는 길을 찾은 것이다. 말로만 '헌신하겠다, 헌신하자'고 하면 다들 그냥 말 뿐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의도 입성'이라는 개인적 희망보다는, '여당 총선 승리'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스스로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임으로써 한동훈 비대위에 거는 국민과 당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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