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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사회적 자본축적 위한 개혁 지속돼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7 19:13

수정 2023.12.27 19:13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행복은 기대수준에 반비례한다. 과거에 부탄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세계적으로 높았으나 인터넷, SNS 등 개방이 이루어지면서 국민들의 기대수준이 높아졌고 이제는 오히려 지수가 낮은 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산업경쟁력, 세계적인 평판도 등은 높은 수준이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행복도나 국가에 대한 신뢰도 등은 정반대로 나타난다. 기대수준이 높은 탓도 있겠지만 축적의 시간이 필요한 사안이다.

사회적 자본이란 공유된 규범, 이해, 가치와 더불어 신뢰, 협력,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집단에 효과적인 기능을 하는 것이다.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사회적 역량으로 무형의 자산을 의미한다. 영국 싱크탱크 '레가툼'이 발표한 2023 번영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자본 순위가 조사대상 167개국 중 107위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종합순위 29위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순위다.
구성원 간의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나 규범, 네트워크, 신뢰를 총괄하는 지표로 갈등과 문제해결을 위한 정치비용이 많이 드는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이 아니다. 공적기관 신뢰지수도 100위를 기록했고 세부항목으로 사법시스템 155위, 군 132위, 정치인 114위, 정부 111위 등 대부분 하위권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신뢰가 훼손되는 현상을 주도하는 것이 국가기관이거나 정치인이고, 최근에도 전·현직 고위공직자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상식과 반하는 사법부의 판결이 이어지고 있어 왜 이들 기관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가 제고되면 통합과 상생을 위한 신뢰가 형성되어 양극화가 완화될 수 있다. 공적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첫째, 정부의 자의성 축소를 위한 제도개편이 전면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법령의 현황을 조사해 이 부분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사전허가와 규제 중심의 현 행정체제를 네거티브 규제와 사후처벌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권의 정책지향 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감사원의 감사 관련 공무원들의 적극적 행정에 대한 면책이 실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유전무죄·무전유죄의 현상을 타파하기 위해 법과 규제의 철저한 집행이 수반되어야 한다. 우리의 법감정과 공적기관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은 이유는 조선시대 말 삼정의 문란, 일제강점기 그리고 권위주의적 정부를 거치면서 확증된 경험에 기인한다. 소위 고위층 인사들의 몰염치한 탐욕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이는 전형적인 부패행위로 엄벌에 처해져야 할 사안이다.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이 예산을 부당하게 전용하는 행태나 특수활동비가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부분 역시 국민들은 공감하기 어렵다. 만연한 기득권 세력의 지대추구 행위에는 공익신고가 큰 역할을 담당한다.

셋째, 경제적 공적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공정감(fair share)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하경제 규모가 크게 줄어들었고 대기업·중소벤처기업 간의 상생을 위한 금융제도 개선, 기술보호 등에도 많은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공평감과는 거리가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법인세를 경쟁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해야 하는 부분에는 동의하지만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1년 만에 크게 낮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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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으로 흐르지 않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 개혁에 함께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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