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기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올해 1~9월까지 미 은행 전체 순익의 거의 20%를 독차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빅4 라이벌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씨티그룹 순익을 합한 것보다 많다.
금융위기 이후 '대마불사' 논란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몸집 불리기와 집중이 되레 강화된 가운데 업계 1위 JP모건이 특히 두드러진 확장을 지속했다는 뜻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이하 현지시간) 은행업계 데이터 제공업체인 뱅크레그데이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JP모건이 올들어 9월까지 미 은행 전체 순익의 약 18%인 389억달러(약 50조4500억원)를 벌어들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 흐름이 4·4분기에도 지속됐을 경우 JP모건이 전체 은행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이 된다. 2009년은 대부분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충격을 딛고 몸을 추스르던 시기다.
웰스파고 애널리스트 마이크 메이요는 BofA, 씨티그룹 등 다른 대형 은행들도 몸집을 크게 불렸지만 JP모건에는 상대가 안된다면서 "JP모건은 골리앗 중의 골리앗"이라고 말했다.
FT 분석에 활용된 데이터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파악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어떤 식으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5월 퍼스트리퍼블릭을 인수하면서 지역은행 위기를 진화하는 등 JP모건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겼다.
미 대형 은행들은 중소 지역은행들이 고금리로 고통받을 동안 이를 즐겼다. 예금금리는 더디게 올리고, 대출금리는 신속히 인상해 예대마진을 확대했고, 지역은행 위기 속에 이들 대형은행에 돈이 더 몰리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 식으로 손쉽게 돈을 벌어들였다.
JP모건은 시장 위기를 도약 지렛대로 삼는데 능숙하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베어스턴스, 워싱턴뮤추얼 등 내로라하는 은행들을 쓸어담았고, 연초 지역은행 위기 당시에는 퍼스트리퍼블릭을 헐 값에 인수했다.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를 지낸 에릭 로젠그렌은 "JP모건은 곤경에 처해 급매물이 나왔을 때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데 능숙하다"고 그 비결을 설명했다.
JP모건의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는 곧바로 효과를 냈다.
뱅크레그데이터에 따르면 JP모건이 전체 은행 순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2% 수준이었지만 퍼스트리퍼블릭 인수를 마무리한 2·4분기말에는 18%로 급등했다.
미 은행들이 1달러를 벌어들이면 그 가운데 20센터 가까이는 JP모건 몫이라는 뜻이다.
한편 JP모건의 위상이 대거 높아진 것은 다이먼 CEO의 역할이 컸다.
다이먼이 막 CEO에 취임했을 때 JP모건 예금은 미 은행 전체 예금의 8% 수준으로 BofA에 뒤처졌고, 씨티그룹을 간신히 웃도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예금 규모가 2조5000억달러로 BofA의 예금 규모를 웃돈다. 전체 은행 산업 예금 규모의 13%가 넘는 규모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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