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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은 물류센터부터 텅 빈 상가까지”...비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연체율 급등

김동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3.12.29 06:00

수정 2023.12.29 06:00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
공실 늘며 물류센터, 상가 위주로 위축 심화
특히 비은행권 연체율 4.4%로 부실 리스크↑
“대출 부실 현실화 대비, 대손충당금 늘려야”
[뉴시스=세종]'임대' 종이가 붙은 보람동 세종시청 인근 금강변 특화 상가.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뉴시스=세종]'임대' 종이가 붙은 보람동 세종시청 인근 금강변 특화 상가.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물류센터와 상가를 중심으로 공실률이 크게 늘어나는 가운데 비은행권의 상업용 부동산 대출 연체율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어나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임대수익률이 하락한 가운데 대출금리는 높아지는 등 잠재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이라 비은행권의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상업용 평균 매매가 ㎡당 5.6% 하락
29일 한국은행의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업용 부동산의 단위면적(㎡)당 평균 매매가격은 올 3·4분기 586만원으로 작년 상반기 고점(621만원)대비 5.6% 하락했다. 거래량도 5만8000건으로 1년 전(7만9000건) 대비 26.7% 줄어들었다. 특히 수도권이 3만5000건으로 1만5000건 감소하고 비수도권이 2만3000건으로 6000건 줄어드는 등 전국적으로 업황이 부진했다.

이는 경기회복 지연과 상업용 부동산 공급확대, 소비패턴 변화 등에 기인한 것으로 오피스보다는 주로 물류센터나 상가를 중심으로 위축되고 있다. 특히 물류센터는 코로나19 중 발주된 사업장 준공이 올해 집중돼 공실률이 큰 폭 늘었다. 신규공급 물류센터는 지난 2019년 20만5000평에서 올해 예정치가 66만8000평에 달할 만큼 증가했다.


중·대형 상가도 비대면 소비 증가로 무점포 소매가 빠르게 늘고 지난 2020년에서 2021년까지 상가 분양물량이 확대돼 부진했다. 해당 기간 동안 평균 중대형 상가 분양물량은 약 8500호로 지난 2017년부터 올해까지 평균 물량인 6300호를 크게 상회할 만큼 많다.

이에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비은행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의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연체율은 9월말 0.2%로 2017년 이후 매우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으나 비은행은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해 9월말 4.4%를 기록했다.

■대규모 부실 발생할 가능성 크지 않아
한은은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의 대규모 부실 가능성이 단기간에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70%를 초과하는 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대출잔액이 올해 들어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전체 비은행권 상업용 부동산 대출에서 고 LTV대출이 차지하는 비중(18.4%)도 2022년말(19.1%) 보다 감소한 점 등을 감안할 때 단기간에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다만 잠재적 리스크 수준은 과거보다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비은행금융기관의 고 LTV대출 규모가 과거보다 증가하였고 2022년 이후 임대수익률도 하락세를 보이는 등 부실 위험은 과거에 비해 높아졌기 때문이다. 비은행권의 고 LTV 대출잔액은 지난 2017년 18조9000억원에서 올해 9월말 41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임대수익률의 경우 4.4%에서 3.1%로 하락했고 평균 대출금리는 4%에서 5.9%로 크게 늘었다.

한은은 “비은행금융기관의 상업용 부동산 담보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으나, 금융권 전반에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직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향후 상업용 부동산 초과 공급상태 지속, 경기회복 지연, 금리부담 등으로 관련 대출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해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는 등 각 금융기관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장 내 비중은 크지 않지만 연체율이 높은 일부 비은행 업권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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