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KBS 공영방송 50주년 특별 기획인 KBS 2TV 대하사극 '고려 거란 전쟁'(극본 이정우/ 연출 전우성 김한솔)은 당대 최강국 거란과의 26년간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고려의 번영과 동아시아의 평화시대를 이룩한 고려의 황제 현종과 그의 정치 스승이자 고려군 총사령관이었던 강감찬을 비롯해 수많은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탄탄한 서사와 실감 나는 전쟁 장면 등으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는 이 대하드라마는 두 자릿수 시청률(12월10일 방송,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할 정도로 사랑받고 있다.
'고려 거란 전쟁'의 개국 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원종이 연기한 고려의 장수 강조다. 강조는 황실 내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 고려 제7대 황제 목종(백성현 분)을 시해하고, 마지막 용손인 왕순(김동준 분)을 왕위에 옹립시켰다. 하지만 강조의 정변은 거란에게 2차 침입을 일으키는 명분을 주게 됐고, 현종은 한 명의 반역자로 인해 고려 백성이 피 흘리게 할 수는 없다며 강조를 처단하려 했다. 하지만 강조는 현종에게 죽어야 한다면 '고려를 위해 싸우다 죽을 것'이라 했고, 이후 거란의 손에 최후를 맞이해 마지막까지 강렬함을 남겼다.
배우 이원종은 '고려 거란 전쟁' 초반부 스토리를 책임지며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는 군주를 죽이고 권력을 찬탈한 역신이자 죽음으로 거란의 침략에 맞선 충신의 두 얼굴을 입체적으로 그려내 몰입도를 높였다. 이원종의 연기 덕분에 강조라는 인물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다. 덕분에 강조는 이원종에게도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됐다. 이원종 역시 "오랜만에 몸에 잘 맞는 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한 드라마"라며 "짧은 생에 비해 길게 기억될 듯하다"라고 여운이 남는 소감를 전했다.
강조 역의 이원종과 최근 서면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KBS 대하사극은 '대왕세종' 이후 15년 만에 출연하는 것으로 안다. 대본을 읽은 뒤 강조 캐릭터에 어떤 매력을 느끼고 출연을 결심했는지 궁금하다.
▶대본을 읽고 고려의 장수인 강조가 매우 궁금해졌다. 여러 자료를 찾아봤는데 양이 적더라. 그래서 그를 더 표현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강조는 역신처럼 보이지만 전개될수록 고려를 사랑한 충신임이 점점 드러난다. 하지만 초반에는 자칫하면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인물로 비칠 수 있기에, 회를 거듭하면서 강조의 감정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이 깊었을 듯하다.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아마 강조는 자신의 충심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많이 외로웠을 거다. 그때 거란에서 강조의 역모를 빌미로 전쟁을 선포하고 어린 황제를 궁지로 몰아가는 것을 견디지 못하지 않았을까. 그런 강조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다각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특히 인상 깊은 장면은 죽더라도 역적이 아닌 장수로 전장에서 죽을 것이라는 강조가 출정하자, 현종이 부월을 하사하는 신이었다. 현종이 '고려의 백성을 구하면 더는 역적이라 부르지 않겠다, 고려를 구한 영웅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할 때 강조가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듯했는데.
▶결국 본인의 역모로 인해 시작된 전쟁 아닌가. 강조도 결자해지의 의미에서 출정을 결심했고, 그러면서 만감이 교차했을 거다. 그런데 그 충심을 어린 황제가 알아주니 많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까. 당시 촬영을 할 때 연출과 상의해서 눈물을 흘리는 버전, 안 흘리는 버전 두 가지로 찍었고, 양쪽 다 눈물을 흘리는 버전이 좋다고 판단해 그 버전이 방송에 나가게 됐다.
-강조에게 현종은 어떤 왕이었을까.
▶현종은 '용의 피', 즉 왕건의 마지막 남은 순혈 자손이었다. 고려에 충성을 맹세한 강조에겐, 현종이 본인이 지켜야 할 조국이자 '아픈 손가락'이었다. 현종이 즉위 후 애민의 마음을 보여주고 통치자로서도 좋은 자질을 보여줘 내심 뿌듯했을 거다.
-다른 신 중 연기하면서도 특히 뭉클한 장면 혹은 인상 깊었던 신이 있었을까.
▶현종이 자신에게 권한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도자기를 깨며 묵살하는 장면과 현종의 암살 시도가 실패한 뒤 궁 밖에서 서성이던 강감찬과 잠시 서서 얘기를 나누던 신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시청자의 입장에서 강조의 퇴장을 직접 보았을 때 느낌이 어땠는지도 궁금하다.
▶사실 갑작스러운 퇴장 아닌가. 강조의 서사가 조금 더 있길 바랐지만, 극의 긴 흐름 속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에 덤덤히 받아들이려고 했다.
-오랫동안 '야인시대' 구마적으로 큰 사랑을 받아왔는데, 이제 '고려거란전쟁' 강조가 새로운 '인생 캐릭터'가 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많은 분들이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다. 하지만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이라… 나 역시도 그렇게 되길 기대해 본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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