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콜로라도 대학 볼더 캠퍼스의 애론 클로셋 컴퓨터공학교수는 2018년 2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에 국제적인 전쟁 빈도를 연구한 글을 기고했다. 그는 1823년부터 2003년까지 사망자 1000명 이상의 국가 간 전쟁을 통계 및 컴퓨터 기술을 이용해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전쟁이 연이어 발생할 때 전쟁 사이에 걸리는 시간은 평균 1.91년, 약 23개월이었다. 러시아가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약 20개월이 흐른 2023년 10월에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면전이 발생했다. 해당 결과만 보면 2024년에 새로운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역사에는 항상 변수가 있다. 전쟁은 클로셋이 조사한 기간 대부분에 걸쳐 1년에 0~1건씩 발생했지만 한 해에 2건 이상 새로운 전쟁이 터지는 경우도 14번(8%)이나 있었다. 79%의 전쟁은 2년 안에 끝났으나 6·25전쟁은 3년을 끌었고 우크라 전쟁은 2년에 가까워졌다.
게다가 전쟁 빈도는 갈수록 짧아졌다. 조사 기간 내 전쟁 발발 시점 사이 가장 긴 공백은 18년(1828~1846년)이었지만,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는 아무리 길어도 7년 안에 새로운 전쟁이 터졌다.
클로셋의 연구에 내전이 빠졌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2021년부터 내전에 휩싸인 미얀마에서는 2023년 10월부터 소수민족 반군이 쿠데타 군부를 몰아치면서 혼란이 증폭되고 있다.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중국 정부는 2023년 12월 미얀마 북부에 거주하는 중국인에게 대피를 촉구했다. 같은 해 4월에 내전을 시작한 수단의 준군사조직 신속지원군(RSF)은 2023년 12월 수단에서 수도 다음으로 큰 도시인 와드 마다니를 점령하면서 정부군을 압박했다. 콩고민주공화국, 예멘 등에서도 내전이 끝나지 않았다.
이외에도 2013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 총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스태브리디스 칼라일 부회장은 2023년 12월 이스라엘 사태가 주변으로 확장될 가능성을 10%에서 25%로 올려 잡았다. 같은 달 영국 BBC는 군사 전문가들을 인용해 우크라 전쟁이 2024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곧 새로운 전쟁이 터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확실한 것은 당분간 전쟁 기사를 계속 봐야 한다는 점이다. 적어도 2024년에 모두가 바라는 세계 평화를 보기는 힘들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전쟁 기사가 신문 한쪽을 차지하는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는 미래가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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