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세 번째 심판대 오른 사형제…7대2→5대4→?[세상을 바꾼 법정]㉚

뉴스1

입력 2023.12.31 08:01

수정 2023.12.31 10:36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 ⓒ News1 이재명 기자


최윤종. ⓒ News1 이동해 기자
최윤종.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News1 황기선 기자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 ⓒ News1 황기선 기자


[편집자주]판결은 시대정신이다.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가치와 때론 나아 가야할 방향을 담고 있어서다. 우리 사회는 짧은 기간 압축적으로 성장하면서 여러 차례 격변기를 거쳤다. 이 때문에 1년 전에는 옳다고 믿었던 시대정신이 오늘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역사의 변곡점에서 과거와 정반대의 판결이 많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판례를 통해 우리 사회의 시대정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짚어봤다.

(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관악 등산로 살인 사건….

올해 일상공간에서 발생한 흉악범죄가 잇따르면서 사형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피고인에게 사형을 선고하는 법원의 결정도 종종 나오지만 한국은 1997년 12월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된다.

국제적으로도 사형제 폐지는 전반적인 추세다. 하지만 70%에 가까운 국민이 사형제의 존치를 바란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는 등 사형제 폐지가 이르다는 의견도 많다.

현재 사형제는 세번째로 위헌 심사대에 올라와 있다. 법조계에서는 헌법재판소가 새해 상반기에 세 번째 결론을 낼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차례 모두 합헌…헌재 "존치 여론이 폐지보다 2배 이상 높아"

사형제 존치론자들은 사형제 폐지가 타인의 생명을 무참히 빼앗은 흉악범들의 인권과 생명을 존중해 준다는 의미에서 국민 법 감정과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범죄예방 효과도 존치론의 이유로 꼽힌다.

반면 사형제 폐지론자들은 국민에 의한 살인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면서 사형으로써 생명박탈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한다.

사형제도는 그간 두 번의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았고 모두 합헌으로 결론 났다.

헌법소원에서 위헌 결정이 나려면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이 위헌으로 판단해야 한다. 1996년 선고에서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합헌 의견이 우세했으나, 2010년에는 5대 4의 의견으로 합헌이 나와 팽팽했다.

2010년 당시 헌재는 "강력범죄의 수가 과거보다 큰 폭으로 줄지는 않았으며 사형제도 존치에 관한 국민 여론이 폐지 여론보다 2배 이상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사형제도를 합헌으로 결정한 헌법재판소 95바1 결정(1996년 선고)을 변경해 위헌으로 판단할 사정변경이 없다"고 판단했다.

◇3번째 위헌 심사대…"생명권 침해 불가" vs 범죄예방"

지난 2019년 2월 헌재에 다시 사형제 관련 헌법소원이 접수됐다. 지난 2018년 자기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 윤모씨는 1심에서 검찰이 사형을 구형하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이후 윤씨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를 통해 헌재에 사형제도를 규정한 형법 제41조 제1호 등을 대상으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사건 접수 약 3년5개월 만인 지난해 7월 공개변론을 열었다. 당시 변론에서는 국가가 개인의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등을 놓고 윤씨 측과 법무부 측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윤씨 측은 생명은 절대적 가치이므로 법적 평가로 박탈을 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과 더불어 보호영역과 본질적 내용이 일치하는 기본권으로 생명의 박탈은 곧 생명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 측은 헌법은 명문상 절대적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또 생명권을 절대적인 기본권으로 인정한다면 헌법 제110조 제4항에서 규정한 사형을 부정하게 돼 헌법 질서에 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범죄예방 실현 측면도 있다고 부연했다.

◇존치냐 폐지냐…새해 상반기 결론 나올 듯

법조계에서는 사형제에 대한 헌재의 심리가 새해 초쯤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종석 헌재소장의 임기가 새해 10월인 점을 고려하면 헌재 결정은 새해 상반기 중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사형제가 3번째 합헌 의견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형식 헌법재판관은 "사회가 나아갈 방향은 사형제 폐지가 마땅하지만 중범죄가 횡행하므로 (사형제 폐지) 시기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반면 사형제가 이번에는 위헌 결정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헌재가 사형제 폐지를 결정할 경우 '위헌'보다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할 것이란 전망이다. 위헌은 즉시 법적 효력을 잃지만 헌법불합치는 법의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국회에 개정 시한을 준다.

◇복역 중 사형수 59명…가장 최근은 2016년

법무부에 따르면 현재 복역 중인 사형수는 모두 59명이다. 가장 최근에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은 2014년 강원 고성군 22사단 일반전초(GOP)에서 총기를 난사해 동료 5명을 살해해 2016년 사형을 확정받은 임도빈 병장이다.


사형수 중 최장기간 복역 중인 사람은 지난 1992년 10월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에 불을 질러 이듬해 사형이 확정된 원언식이다. 최고령 사형수는 전남 보성에서 20대 남녀 4명을 바다에 빠뜨리는 방법으로 연쇄살해한 어부 오모씨(85)다.


2003~2004년 20명을 연쇄 살해한 유영철과 2006~2008년 부녀자 10명을 연쇄 살해한 강호순도 사형을 확정받고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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