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사에 '경고' 담은 검찰총장..신속한 재판 강조한 대법원장
'재판 독립 원칙' 헌재..'정책 정비'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재판 독립 원칙' 헌재..'정책 정비'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파이낸셜뉴스]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법무부장 직무대행 대행, 검찰총장이 각각 갑진년 신년사를 내놨다. 조직 구성원들을 다독이고 새해를 축원하는 내용은 모두 비슷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놓고는 다소 온도차가 났다.
12월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신년사를 내놓은 인사는 이원석 검찰총장이다. 그는 신년사 서두에 2023년 검찰의 성과를 열거하고 올해 가장 중요한 목표인 ‘민생’ 안정화를 강조한 뒤 후반부에는 외부 세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경고를 곳곳에 담았다.
신년사에 '경고' 담은 검찰총장
이 총장은 “최근 범죄를 저지르고도 세력을 동원해 수사와 재판을 맡는 형사사법기관을 흔들고 사법을 정쟁화해 국가의 형사사법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아 안타까움과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알아주지 않는 것은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근거 없는 비난과 함께 종주먹을 휘두르기까지 하면 괴롭기 그지없다”는 문구도 넣었다.
새해에 조직의 나아갈 길을 국민들에게 전하고 검찰 구성원들에게 당부의 말을 주로 피력하는 신년사에서 이같이 토로를 한 것은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 등에 대한 정치권 수사와 이른바 쌍끌이 특검을 놓고 일각에서 쟁점화하는 ‘정치검찰’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총장은 그러면서 정치권을 향한 사실상의 경고도 했다. 그는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과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정당이 공정하고 민주적으로 국민의 선택을 받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도록 선거범죄에 엄정하게 대응하기 바란다”고 검찰 구성원들에게 지시했다.
이어 “허위사실 유포와 흑색선전뿐만 아니라 금품선거, 공직자 선거개입 대응에도 최선을 다해 올해 총선이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질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독려했다.
이 총장은 ‘공정’과 ‘중립’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중립은 검찰이 지켜야 할 최우선 가치”라며 “이를 훼손하거나 의심받게 하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으며 작은 오해의 소지도 없도록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명령했다.
이 총장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미 여러 차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왔다. 대검찰청이 총선 출마 암시 문자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낸 서울중앙지검 형사 9부장을 대전고검으로,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의혹을 받는 마산지청장은 광주고검으로 지난 29일 각각 전보 발령 조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총장은 “검찰의 역할을 공직자 부정부패, 지자체 토착비리, 선거범죄 등 ‘거악 척결’에 중점을 두고, 민생범죄와 다른 차원에서 보는 시각이 있지만 공동체 존립기반을 흔들고 헌법가치와 질서를 부정하는 범죄야말로 대표적인 ‘민생범죄’”라며 “당장 눈에 띄는 피해자가 두드러지지는 않아도 부정부패와 비리, 부정선거와 경제범죄는 전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고 공동체를 붕괴시키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신속한 재판 강조한 대법원장
조희대 대법원장은 “법원도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흐름과 더욱 높아진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자세가 절실히 요구된다”면서 “신속하지 못한 재판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없는지, 공정하지 못한 재판으로 억울함을 당한 국민은 없는지, 법원의 문턱이 높아 좌절하는 국민은 없는지 세심히 살펴보겠다”고 다짐했다.
재판지연은 현재 법원이 갖고 있는 문제 중 하나로 꼽힌다. 조 대법관은 12월 초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와 취임식에서도 재판이 지연되는 현상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밝혔었다.
여기다 안철상·민유숙 두 대법관이 1일자로 퇴임하면서 당분간 새해에도 상고심 재판 지연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서경환·권영준 대법관의 경우 취임까지 107일 걸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민 대법관 후임 임명은 3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관 13명(대법원장 포함) 가운데 2명이 빠지면 전원합의체(3분의 2이상 출석)는 물론 소부(4명)의 사건 처리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법조계 안팎에선 보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재판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공정하고 신속하게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법원의 각종 절차를 개선해 나가겠다”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은 거론하지 않았다.
'재판 독립 원칙' 헌재·'정책 정비' 법무부장관 직무대행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은 ‘재판 독립 원칙’을 강조하면서 ‘신속한 재판’을 언급했다. 재판 독립은 헌재의 오래된 원칙이며, 헌재 또한 재판 지연 문제를 가지고 있다.
그는 “헌재는 재판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에 기초한 헌법재판 원칙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높아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더욱 엄격한 성찰과 각오가 필요하다”면서 “국민 신뢰를 전제로 하는 헌재의 권위를 유지하기 위해선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는 것을 헌재 구성원들은 모두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전 장관의 퇴임으로 직무대행을 맡은 이노공 법무부 차관은 마약범죄 대응 역량 강화, 온라인 불법 도박 근절, 정신질환 수용자 의료체계 개선, 범죄피해자 보호・지원 확대, 법치시스템 정비 등 정책 정비에 방점을 찍으면서 총선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주문했다.
다만 현실에 대한 시선은 이 차관을 빼고 3명 모두 대동소이했다. △“사회 내부에 크고 작은 대립이 심해지고, 불공정과 불평등에 대한 불만이 점점 커지는”(조 대법원장) △혐오와 편 가르기가 사회에 스며들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빈번해졌다(이 검찰총장) △국민이 헌재에 기대하는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 조정과 사회적 갈등 해소, 사회통합(이 헌재소장) 등을 각각 지적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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