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많이들 태영건설이 위험하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닐 거다. 한국 경제는 그간 수많은 위기를 넘었고 이를 극복한 기록이 캐비닛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설(說)을 한창 취재하던 무렵 한 금융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태영건설이 실제 워크아웃을 신청하더라도 그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당국에서 충분히 마련해 두고 있고 적시에 이를 꺼내 가동하기만 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며칠 뒤 태영건설은 실제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정부 부처 합동으로 각종 후속 조치와 시장 안정 지원 방안 등이 즉시 쏟아졌다.
위기는 반복되기 마련이다. 매번 새로워 보이지만 생각 외로 주기도 짧다.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관련해서도 지난 '레고랜드 사태'가 빈번히 함께 언급된다. 강원도 지자체 보증 국고채가 부도나면서 투자자 불안이 높아지고 특히 금융사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돈이 돌지 않았던 시기다. 그 당시 유동성 경색 문제도 별 탈 없이 지나갔는데 이번 태영건설 워크아웃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금융당국과 한국은행은 "태영건설 고유한 문제로 어려움이 커졌다"며 다른 건설사, 금융사나 금융시장 안정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아직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다고도 분석했다.
다만 마무리까지도 순조로울지 두고 볼 일이다. 워크아웃 의결을 앞두고 채권단이 태영건설에 3000억원 이상 규모로 사재 출연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전해진다. 기존 1000억원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에 비해 규모가 한층 뛰었다. 태영건설과 채권단 간 '줄다리기'가 현실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불거지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 85조원인 시장 안정 조치 규모를 100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전망도 제기된다. 채안펀드 최대 운용 규모를 현 20조원에서 30조원까지로 늘려 잡는 방안이 유력하다. 지난 레고랜드 사태 때 가동됐던 조치를 적용하거나 이를 보완해 추가적인 진화 작업이 진행되는 것. 부동산 PF 시장에서 미뤄뒀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거란 예상에 건설사도 떨고 있다.
특히나 시끄러운 연말·연초다. 위기론이 연일 울려 퍼지고 예정에 없던 회의도 줄줄이 생겼다. 다행인 건 방향 없이 확산하는 불길이 아니라 어느 정도 DB가 확보됐다는 점이다. 단순히 '괜찮다'는 말보다 적재적소 대안 제시가 더 효과적이다. 당국 캐비닛 안에는 또 어떤 대책이 들어 있을까.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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