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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증시 도약하려면 배당성향 높여야…유망 업종은 AI·반도체

김태일 기자,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2 18:27

수정 2024.01.02 18:47

해외 운용사가 보는 韓 자본시장 주식·채권 부문
2021년 국내증시 배당성향 19%
英 48%·美 37%에 한참 못 미쳐
공매도 금지로 ‘투자버블’ 우려도
기준금리 인하 기대에 채권매력↑
외국인 채권 보유 잔고 증가세
韓증시 도약하려면 배당성향 높여야…유망 업종은 AI·반도체
[파이낸셜뉴스]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이 만족할 수준으로 '배당 성향'이 높아져야 한다는 해외 기관 투자자들의 지적이다.

한국은 경기민감 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나 인공지능(AI)과 이를 둘러싼 전기차, 반도체 기술력이 경제 변동성을 안정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낮은 배당'이 문제

2일 파이낸셜뉴스가 4개 해외 운용사의 주식·채권 담당 매니저에 '한국 자본시장 평가 및 전망'을 물었더니 이들은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낮은 배당성향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이핑 리아오 프랭클린템플턴 이머징마켓 주식부문 포트폴리오 어시스턴트 매니저는 "다른 아시아 국가와 비교해도 배당성향이 낮고, 배당금 예측도 어렵다"며 "소액주주는 물적분할 등으로부터 법적 보호를 충분히 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증시 배당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비율)은 19.14%로 영국(48.23%), 미국(37.27%) 등에 한참 미달한다.


다만, 그는 "지난 2018년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이후 의결권 행사가 활발해졌고, 기업의 평균 배당금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지는 등 개선은 체감된다"고 덧붙였다.

김흥직 이스트스프링운용 주식운용본부 상무도 "선진국 대비 낮은 주주환원율(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등 포함)이 발목을 잡고 있다"며 "높은 기업이익 변동성도 문제다. 최근 AI 관련 반도체, 로봇 투자 및 2차전지 기업들의 성장세를 고려할 때 신흥국에선 산업 포트폴리오가 잘 갖춰진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공매도와 관련한 지적도 있었다. 이핑 리아오 매니저는 "공매도 금지 조치는 단기적으로 주가 상승을 이끌 수 있지만 시장 전반에 걸쳐 투자 버블을 형성할 위험을 안고 있다"며 "이로 인한 거래비용 상승이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주가 산정이 어려워져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내년엔 AI와 그에 따른 파생 영역이 주목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핑 리아오 매니저는 "한국 반도체의 경우 AI, 자율주행 등에서 기술 진보에 따른 구조적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전기차는 올해 단기적으로 수요 둔화가 점쳐지긴 하지만 일부 뛰어난 기술과 운영 능력을 갖춘 기업들이 입지를 확보하는 중"이라고 진단했다.

김흥직 상무는 미중 분쟁을 비롯한 글로벌 지정학적 갈등이 지속되는 만큼 주요 산업의 공급망 재편이 화두가 될 것으로 봤다.

김 상무는 "첨단 반도체와 정보기술(IT), 전기차 관련 기술 및 생산 주도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한국기업들에 기회와 위협 요인이 공존할 것"이라며 "생성형AI 확산이 인터넷서비스, 통신, 미디어 등 산업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중국의 경기 회복에 대해선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며 "화학, 철강 등 국내 중국 관련 경기민감주 및 소비 업종의 회복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도리안 카렐 슈로더 글로벌 멀티에셋 인컴부문 총괄도 "시장을 짓누르던 반도체 재고물량 정리와 글로벌 경제의 지속적 회복이 기업 실적 상승을 이끌 것"이라며 "동시에 자동차, 조선 등 전통적 산업군 가운데 저평가된 종목을 선별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 전망, 긍·부정 공존

'피벗(통화정책 전환)' 전망이 선명해지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채권투자가 대세가 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 국내 채권을 약 37조5000억원어치 사들였다.

원화채도 글로벌 기관 투자자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2021년 말 기준 214조원이었던 잔고는 지난해 11월 말 기준 244조원으로 뛰었다.

문성빈 이스트스프링운용 채권운용본부 상무는 "절대금리 수준이 높은 편이나 올해 2·4분기 이후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 자본이익 관점에서 매력적"이라며 "유동성 및 거래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긴축기조에서도 외국인 잔고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리안 카렐 총괄 역시 "원화채는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두드러지지 않지만 일부 달러 기반 투자자들에겐 무(無)헤지 상태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전체 채권시장을 두고는 "채권에서 수익이 상당 부분 실현됐고, 스프레드도 수축한 상태"라며 "캐리 수익이 상한선에 이르렀단 뜻으로, 총수익률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투기등급 채권(하이일드)도 올해 선방한 것으로 분석된다.
브라이언 파체코 베어링운용 글로벌 하이일드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시장에서 우려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고, 고금리 환경은 변동금리형 하이일드 론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며 "향후 12~18개월 동안 디폴트 가능성이 큰 크레딧 대부분은 액면가 대비 크게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는 등 경기 침체 가능성이 가격에 이미 반영됐다"고 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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