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변호사 독점·법사위 개혁 없이는 기술패권 시대 특허강국 미래 없다" [인터뷰]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2 18:28

수정 2024.01.02 18:28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
공동 대리제, 소송기간 단축시켜
변리사법 개정안 또 폐기 수순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리사 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이 2일 서울 서초동 대한변리사 회관에서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변리사가 변호사와 함께 특허침해소송의 공동대리인이 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변리사법 개정안이 지난 18년간 발의됐지만, 또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 법사위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특허강국의 미래도 없다."

홍장원 대한변리사회 회장은 2일 "국회 법사위가 대다수 율사(사법고시·변호사시험) 출신들로 구성되면서 특허권자와 국민의 권리보호는 뒷전이고, 변호사들의 기득권 사수에 매달리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홍 회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한변리사회 회관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국회 법사위가 변리사법, 노무사법, 세무사법 등 변호사 업무와 경쟁적 요소가 있는 법안들을 통과시키지 않는 형태를 반복하고 있다"며 "법사위가 대한민국 혁신을 가로막는 대표적 조직으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현재 21대 국회 법사위원 18명 중 12명이 변호사 자격증을 갖고 있다.


변리사법 개정안은 17대 국회인 지난 2006년부터 이번 21대 국회까지 5번에 걸쳐 발의됐다. 특허침해소송권자가 변호사만 대리인으로 쓸 지, 이에 추가해서 변리사도 대리인으로 선임할 지 선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게 요지다. 일명, 변호사·변리사의 소송 공동대리다. 현재는 변호사만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반면, 영국, 중국, 유럽연합(EU)에서는 변호사 없이 변리사 단독대리가 가능하다. 한국과 법제가 가장 유사하다는 일본은 지난 2003년 변리사와 변호사 소송 공동대리제도를 도입했다. 일본에서도 변호사 집단의 반발이 있었으나 신속한 재판을 통한 기술보호, 산업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전문성을 가진 변리사의 특허소송 참여가 필요한 것으로 결론을 냈다. 지난 2020~2021년 일본에서 공동대리와 단독 변호사가 맞붙은 특허소송의 공동대리 승소율은 57%(79건 중 45건)에 달했다. 원고승소율만 놓고 보면 공동대리가 45.8%(48건 중 22건)인 반면 변호사는 25.8%(44건 중 9건)에 그쳤다. 공동대리와 변호사 간 승소율 격차가 20%포인트나 난다.


홍 회장은 "일본의 경우, 공동 대리제 도입 전 24개월에서, 도입 후 12개월로 소송기간을 단축했다"면서 "한국의 특허침해소송 기간은 일반 민사소송 1심 평균 처리 기간인 297일에 비해 2배 이상 많은 평균 606일이나 되지만, 승소율은 고작 7.7%이고, 이겨도 1억원(중간값)밖에 배상을 받지 못해 소송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술 분야의 속도를 감안할 때 특허소송은 신속하고 빠른 권리 구제가 핵심임에도 변호사도, 판사도 기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데 특허권리자의 손을 들어줄 수 있겠느냐"면서 "기술개발 속도가 빨라질수록 소송 지체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홍 회장은 "세계적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에 걸맞은 제도 마련해야 한다"면서 "변호사 독점주의 타파를 위해 법사위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법안 체계 자구심사권을 폐지하거나 이해충돌 영역에 있어서 관련 변호사 자격증을 가진 국회의원을 법안 심사에서 제외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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