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의사 10명 중 1명 '마약류 셀프처방'... "법적 제재·직업 윤리의식 강화해야" [김동규의 마약이야기]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2 18:38

수정 2024.01.02 20:07

마약 사건이 발생하면 빠지지 않는 '직업'이 있다. 마약류 의약품을 처방하는 권한을 지닌 '의사'다. 법적으로 의사의 마약류 의약품 과다 처방은 금지돼 있지만 이를 어겨 처벌 받는 의사도 늘었다. 2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불법 마약류 의약품 처방으로 자격 정지되거나 면허 취소된 의사는 지난 2014년 4명에 불과했지만 지난 2022년 20명으로 크게 늘었다.

■ '셀프 처방'에 '마약 공급'까지

마약류 의약품을 이른바 '셀프 처방'한 의사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마약류 의약품을 스스로 처방한 의사(치과의사 포함)는 총 1만5505명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전체 활동 의사 14만336명의 11.0%에 해당한다.

주요 마약 사건에는 의사가 공급책으로 등장하는 사례도 잇따른다.

인천경찰청 마약범죄수사계는 지난해 12월 29일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40대 성형외과 의사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A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남 유흥업소 실장 김모씨(29)에게 마약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12월 27일에는 서울중앙지법 윤재남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는 40대 의사 염모씨에게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염씨는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가해자 신모씨에게 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을 치료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마약류관리법 제5조에는 의료진은 '업무 외 목적을 위해' 마약류 의약품을 취급하거나 이에 대한 처방전을 발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6조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 의료법 제65조에 따라면 의사는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으면 의료법에 따라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 "마약류 과다 처방 처벌 강화해야"

이에 의료계 내에서는 마약류 의약품 과다 처방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법을 어겨 의사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면허 재교부를 요청해 부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신 의원은 "지난 10년간 면허 취소된 의사중 11명이 면허 재교부를 승인받기도 했다"면서 "면허 재교부 과정에서도 더 엄격한 심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신과 의사는 "마약류 의약품도 의약품이므로 적절히 사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비합리적으로 과다 처방한다면 이는 환자의 건강·생명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위험하다"면서 "어디까지가 남용이고 어디까지가 합리적인 것인지는 환자와 직접 대면하는 의사만이 알 수 있지만, 직업윤리를 어기고 마약류 의약품을 과다 처방하는 의사에게는 더 강한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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