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세 20% 자동배정 현실 안맞아
저출산 예산으로 활용도 고려할 만
저출산 예산으로 활용도 고려할 만
신생아 울음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리고 학교에서 뛰노는 아이들이 쏟아지는 상황이라면 교부금을 줄여야 할 이유가 크게 없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학교는 학령인구(6~17세)가 급감하면서 교부금만 남아도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초중고 학령인구는 533만여명이었다. 통계청 추계에 따르면 이 인구는 10년 후인 2032년이 되면 30% 이상 줄어 362만여명으로 쪼그라든다. 그런데도 내국세와 연동된 교육교부금은 그사이 7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누가 봐도 기형적인 구조가 아닐 수 없다.
균형이 깨진 교부금의 방만지출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전국 시도교육청은 늘어난 예산을 다 쓰지도 못하고 다음 해로 이월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지난해에도 전년도에서 넘어온 시도교육청 예산이 7조5000억원이었다. 돈이 남아돈다는 질타를 의식해 충분히 쓸 만큼 쓰고도 이런 결과였다. 감사원 조사를 보면 교육청이 최근 3년간 불필요하게 지출한 예산이 42조원을 넘는다. 굳이 지원하지 않아도 되는 초중고 신입생 입학준비금이나 수요조사도 않고 디지털 기기를 구입한 사례 등이 여기에 해당됐다. 이런 헛돈 쓰기를 언제까지 봐줘야 하겠나.
나라 전체 곳간 사정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국가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지난 2022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해엔 1129조원으로 불어났다. 2032년엔 이 금액이 1900조원을 넘는다고 한다. 팬데믹 기간 재정지출, 복지비용이 확 늘었고 선심재정이 끊이지 않았던 탓이 크다. 재정건전성 확보 차원에서 재정적자 규모를 법으로 제한하는 재정 준칙 법안은 국회에 제출되긴 했으나 논의 진척이 없다. 이대로라면 국가채무가 50년 뒤엔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왔다.
재정준칙도 없고, 나랏빚은 쌓이는데 교육재정만 넘쳐나는 지금의 구조는 정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내국세의 20%를 전국 시도교육청에 자동배정하는 방식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1970년대 초에 도입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이 50년 넘게 그대로 유지되는 것은 정책당국과 정치권의 직무유기며 책임 회피다. 매년 학생 수요에 맞춰 교육예산을 새로 수립하고 집행하는 해외 주요국들의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교부금을 저출산 대응예산으로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더불어 나라 전체 곳간을 지킬 수 있는 재정준칙 법제화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재정은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쓰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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