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유능한 기관의 전망조차도 실제와는 괴리가 불가피한 점을 감안하면 전망 자체보다는 산업여건에 대한 효과적 대응이 중요해 보인다. 작년 말 업종 단체들이 본 금년 주목할 점 몇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금년 세계 경제흐름은 성장률 둔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겐 좋은 소식이란 점이다. 교역이 증가할 전망이기 때문이다. 사실 작년 세계 교역증가율은 0.8%에 머물면서 세계 경제성장률 3.0% 대비 2%p 이상 하회하였다. 금년에 이는 3.3%로 경제성장률 전망치보다 0.5%p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겐 희소식이다.
둘째,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이 본격 회복될 것이란 점이다. 예를 들어 작년엔 2022년 대비 데이터센터 시스템과 주요 디바이스 시장이 약 10%,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은 약 38% 감소하고 반도체 시장도 2022년 6000억달러 대비 10.9% 감소한 5340억달러로 축소되면서 우리 수출이 급락세를 보였다. 금년엔 가트너, IDC 등 ICT 전문기관에 따르면 휴대폰 4.3%, 노트북 4.6%, 데이터센터 9.5% 등 정보통신기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팬데믹 기간 비대면사회로 인해 발생한 선구매 효과가 사라져 대체수요가 늘어나고, 인공지능(AI) 장착 제품에 대한 신규 수요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제품의 중간재인 반도체 수요도 증가할 전망이다. 더군다나 그동안 반도체 과잉공급으로 급락한 단가가 생산조정으로 회복되는 점도 고무적이다.
셋째, 배터리·전기동력차·반도체·AI 등 그린 혹은 디지털 전환과 관련된 미래 산업에서 각국의 산업정책은 강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우리 기업들에 부담이지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산업정책 강화로 이들 국가의 산업입지 매력도가 높아지면서 이들 국가로 우리 산업 이전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것은 부담이지만, 새로운 시장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예를 들어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배제정책으로 인하여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보조금 지급대상이 된 40여개 전기차 모델 중 약 30개 모델이 K배터리를 사용하게 된 점이나, 중국 반도체 굴기가 미국의 반도체 장비 대중국 수출통제로 인해 지연되는 점은 우리에겐 기회다.
이러한 대외 산업여건 개선을 어떻게 활용해갈 것인가. 단기적으론 시장 수요 확대에 부응해 생산유연성을 높여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 도입 확대로 다소 완화되긴 하겠으나 여전히 부족한 생산인력 문제, 획일적 주당 52시간 근로제나 제조업 파견 불법화 등으로 인한 노동경직성 문제를 잘 풀어가면서 고금리로 인한 수출기업들의 금융애로도 생산중단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 갈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론 최소한 외국과 동등한 국내 비즈니스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집단지정제도, 중소기업적합업종제도, 비정규직을 최대 2년만 허용하는 기간제법, 제조업파견금지법, 화관·화평법 등 갈라파고스적 규제를 제거해 가면서 특히 미래 산업에 대해서는 직접환급 투자세액공제 제도나 국내 생산보조금 제도 도입, 연구개발 투자에 대한 선진국 수준 세액공제율 제공과 기한 연장 등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모처럼의 산업여건 개선을 수출, 생산 그리고 소득 증대의 실질적 성과 창출로 이어가기 위해선 기업 경영층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근로자·주주·정부·국회 등의 총체적 협력과 지원이 필요하다. 새해 모든 경제주체의 협력게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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