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깎는 수준만이 채권단 동의 얻어
후속 워크아웃 위해서도 모범 돼야
후속 워크아웃 위해서도 모범 돼야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성패는 적극적인 자구안 마련에 달렸다. 태영건설은 지난 3일 열린 채권단 설명회에 자구안을 내놨지만 채권단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당초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중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기로 산업은행과 약속했지만, 확보한 자금을 태영건설이 아닌 티와이홀딩스의 채무를 갚는 데 사용했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요구한 4가지 자구안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태영건설의 운명은 제1차 채권단협의회가 예정된 이달 11일 결론이 날 전망이다. 태영 측이 채권단이 수용할 만한 자구안을 내놔야 75%의 동의를 얻을 수 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4일 태영의 자구안에 대해 '자기 뼈가 아니라 남의 뼈를 깎는 방안'이라고 작심 비판하며 제대로 된 방안을 이번 주말까지 내놓으라고 압박했다.
윤세영 창업주는 눈물로 읍소했다. 이번 위기만 넘기면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뜻을 말하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시장에서는 '악어의 눈물'이라고 평가했다. 워크아웃이란 하나의 기업을 죽이고 살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돈을 빌려준 채권단의 피해 복구와 협력업체들의 생존 문제가 걸려 있다. 더구나 국민혈세까지 투입될 수 있는 문제다. 워크아웃 기업에 사재를 포함한 뼈를 깎는 자구책을 요구하는 이유다.
태영건설 워크아웃은 위기설이 도는 다른 기업들을 위해서도 좋은 선례가 돼야 한다. 시장에선 이미 다른 대형 건설사의 실명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태영의 워크아웃이 순탄하게 진행돼야 향후 벌어질 타 기업들의 부실 처리도 원활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다.
오너의 감성적 호소와 의지에만 기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임시방편 수준의 자구책으로 한순간을 모면하더라도 부실폭탄의 뇌관은 여전히 잠복해 있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건설사들은 아전인수 식으로 부동산PF 우발채무를 산정하려 들 것이다.
그러나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미착공 PF와 만기도래 일정을 면밀히 살펴보면 잠복한 부실 리스크는 훨씬 많다. PF 만기가 연장되더라도 본PF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리스크 파고는 다시 돌아온다. 국내 부동산 업황이 개선되지 않는 한 건설사의 유동성 리스크는 변함없다는 얘기다.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와 자금유동성을 도외시한 채 워크아웃 개시를 판단할 때가 아니란 말이다.
이번 태영의 워크아웃 논의는 그래서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워크아웃 진행 과정에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객관적 기준에 입각한 합리적 의사결정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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