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첫 '수사 인권 매뉴얼' 배포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일 경우
관계인 동석·영상녹화도 가능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일 경우
관계인 동석·영상녹화도 가능
■ "PC·스마트폰서 별건 탐색 금지"
4일 경찰에 따르면 최근 경찰청은 수사인권 매뉴얼을 제작해 각 시도청 수사부서와 경찰서에 배치했다. 매뉴얼은 출석 요구에서 압수 수색까지 인권 침해 소지가 있는 수사 실무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담았다. 일례로 수사 개시 과정에서 피의자와 사건관계인은 전화로 출석 일정을 협의한 후 그 일정과 사건명을 다시 문자메시지로 전송받을 수 있다. 또 경찰이 전자정보 탐색 시 별건 혐의를 발견하는 경우 탐색을 중단하고, 정당한 권리 없이 탐색을 재개하지 못하도록 했다.
조사에 참여한 변호인의 메모를 보장하고, 전자기기를 이용한 메모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변호인의 조력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내용도 담겼다. 변호인 역시 수사 진행 상황을 통지받을 수 있도록 했다.
■ "약자 조사는 영상녹화도 가능"
피해자가 사회적 약자인 경우 신뢰 관계인이 동석해 조사를 받도록 했고, 동의를 받아 영상 녹화도 가능하게 했다. 또 비문해자나 시각장애인, 통역이 필요한 피의자를 조사하는 경우 그 과정을 녹화하도록 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언론보도와 인권에 대한 내용도 수록됐다. 故(고) 이선균씨 사건과 같은 피의사실 공표 허용에 대해 매뉴얼은 "원칙적으로 사건 종결 전까지 공개할 수 없다"면서도 공공성 공익성 등 수사사건의 언론공개 필요한 경우 절차와 한계를 준수해 공개한다"고 적시했다.
매뉴얼은 지난해 3월 제정한 인권 보호 규칙을 실무에 적용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앞서 경찰은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을 제정하며 인권 수사를 천명한 바 있다. 종종 경찰 수사과정에서 인권침해 문제가 발생해 관련 지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일례로 지난 2022년 경찰 2명이 지적장애인 A 씨를 연행하다 목을 누르고 가슴을 폭행하는 일이 벌어져 장애인단체가 경찰을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를 방지하고 수사 절차 전반의 인권 보호에 대한 현장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제작했다"며 "교육기관 교재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며 인권 최우선 수사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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