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 재계노트는 재계에서 주목하는 경제 이슈와 전망을 전문가 시각에서 분석하고, 이를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쉽도록 풀어쓴 글입니다. <편집자주>
얼마 전 미국 통계청은 2024년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전 세계적으로 초당 4.3명이 태어나고 2.0명이 사망하며 2023년보다 인구가 약 0.95% 증가했다. 이처럼 세계 인구가 늘어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주요 외신들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가 국가의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흑사병·코로나와 같은 전염병 또는 의도적으로 인구증가를 막기 위한 중국의 '한 자녀 정책'과 달리 우리나라는 경제·사회적 요인으로 출산율이 반등하지 못하고 지속해서 하락하는 '저출산의 함정'(Low fertility trap)에 빠져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통계학적 위기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1960년에 여성은 평균 6명의 자녀를 두었고 1970년에는 100만명이 넘는 신생아가 태어났다. 당시 출산 관련 표어만 살펴보더라도 1960년대 "많이 낳아 고생 말고, 적게 낳아 잘 키우자", 1970년대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 1980년대 "하나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 넓게 살자" 등이 주요 메시지였다.
출산정책은 1990년대 들어 산아제한에서 다산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응 예산은 2006년 2조1000억원에서 2022년 51조7000억원으로 연평균 22.2%씩 늘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매년 줄고 있다.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저출산 예산을 단순히 늘린다고 해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다.
정부의 정책으로 하락하는 출산율을 막기 어려운 것은 부부가 출산을 결정하는 이유가 워낙 복잡, 다양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낮아진 원인으로 언급되는 △여성의 사회진출에 따른 보육 공백 △수도권 집중과 감당하기 어려운 주거비 △자식 양육과 교육에 드는 많은 비용 △노동시장 경직성 △젊은 층의 인식 변화 중 어느 하나 해결이 쉬운 것은 없다.
사회문제가 복잡할수록 기존의 정부 중심에 정책 패러다임으로는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다. 사회 구성원 간 협력과 대응이 문제 해결을 위해 중요하며, 저출산 문제에 있어서도 기업이 자발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도록 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기업들은 경제적 인센티브에 반응한다. 우리 사회가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것은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과 대체인력 활용 등은 기업들이 비용으로 여기지만 출산에 대한 편익은 국가 차원의 문제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출산으로 발생하는 편익을 친가족 기업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공유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결혼·출산·양육 관련 성과가 입증된 기업에는 지속가능성연계대출(Sustainability Linked Loan)을 통한 금리 인하, 정책자금 지원 그리고 세제지원 등의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다.
육아휴직 활성화 등 일-가정 양립 지원제도에 대한 보완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기간은 OECD국 중 7번째로 길지만, 실제 사용률은 정보가 공개된 OECD 19개국 중 최하위다.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한데 대기업 절반 수준인 중소기업의 육아휴직 사용 활성화를 위해 육아휴직에 따른 업무 공백 발생 시 퇴직 전문인력 또는 청년인턴 등을 활용한 대체인력 매칭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들도 향후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양질의 인력 부족 문제가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 관련 협회·단체 등의 경우 MZ세대의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증진하기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기업들의 회의장 및 연수 시설을 청년들에게 결혼식장으로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안, 협력사 및 지역 중소기업도 함께 이용 가능한 대기업의 상생형 어린이집 설치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김천구 대한상공회의소 SGI(지속성장이니셔티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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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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