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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올해 중국산 TV용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구매 비중을 절반 이하로 낮춘다. 나날이 커지는 중국발 공급망 불확실성을 줄이는 동시에 대형 LCD 시장을 점령한 중국 업체들과의 가격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다. 국내 유일의 대형 LCD 패널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가 중국산 패널 물량 공백을 메우며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8일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중국산 패널 공급 비중은 38%로, 전년(55%) 대비 17%p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업체들이 지배하는 TV용 LCD 패널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공급망 다변화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TV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대형 LCD 패널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중국 패널 업체들에 더 끌려다니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를 비롯한 LCD TV 패널 대부분을 중국 패널 제조사들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업체를 대체해 LG디스플레이로부터 물량을 대거 조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에 대형 LCD 패널 공급량 확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렌드포스는 올해 LG디스플레이의 LCD TV 패널 생산량 목표치를 1500만대로 추정했다. 2023년(1020만대)과 비교해 480만대(47%) 가량 늘어날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향 대형 LCD 패널 추가 공급 효과 등을 반영한 결과다. 또다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도 삼성전자의 LCD TV 패널 구매량 중 LG디스플레이의 비중이 지난해 9%에서 올해 16%까지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에 공급하는 물량을 늘리면 LG디스플레이도 얻는 점이 많다. 당장 부진한 대형 LCD 사업의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 이는 올해 LCD 패널가 상승 국면과 맞물려 LG디스플레이가 매각을 검토 중인 중국 광저우 소재 8.5세대 LCD 패널 생산공장의 가치 상승 효과로 이어질 전망이다. 더 높은 가격에 광저우 공장을 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 만으로는 삼성전자가 원하는 규모의 패널을 충당하기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실제 LG디스플레이는 2022년 국내 대형 LCD 패널 사업에서 완전 철수하며 출구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광저우 공장 가동률은 현재 50%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전자는 대만·일본 패널업체에게도 물량을 공급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LG디스플레이는 실적 개선 기회를 마련하는 등 양사 협력은 서로 '윈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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