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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은 정체, 노동력은 쇠퇴... 日 탈디플레 막는 2개의 족쇄 [글로벌 리포트]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07 18:26

수정 2024.01.07 18:26

물가상승률 2%대 도달했지만
임금 인상은 더뎌 지갑 안열려
올해 봄 임금협상 반전 없다면
내수 주도 경제성장 달성 위험
비제조업 최악 인력난도 겹쳐
연내 디플레 종식 선언 힘들듯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임금은 정체, 노동력은 쇠퇴... 日 탈디플레 막는 2개의 족쇄 [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물가가 버블경제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 이상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탈디플레이션 단계에 진입했다고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은행(BOJ)이 대규모 통화정책 전환을 단행하지 못하는 배경도 정부와 같은 눈으로 상황을 진단하고 있어서다. 현지 전문가들은 뛰는 물가보다 더딘 임금 인상,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공급 제약이 일본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제약하는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하고 있다.

■버블 이후 첫 3년 연속 2% 인플레

7일 일본 정부가 발표한 '2024년도 경제전망'에 따르면 정부는 버블경기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2%를 넘는 물가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을 기점으로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22년 3.2% 상승했다. 정부 관측에 따르면 2023년에는 3.0%, 2024년도에도 2.5% 각각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망이 현실화하면 일본은 버블경제 시기였던 1989~1991년 이후 처음으로 3년 연속 물가상승률이 2%를 넘게 된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말 경제재정 자문회의에서 "30년 만에 처음으로 높은 수준의 임금 인상과 기업의 높은 투자의욕, 높은 수준의 주가 등 경제의 조류가 확연히 바뀌고 있다"며 2024년에도 민간 주도의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에는 전기료 등을 억제하고 있는 보조금 정책이 일몰돼 0.6%포인트(p)가량 CPI가 높아지지만, 이를 제외해도 물가상승률은 2% 부근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경제성장률도 명목(총규모)이 실질(가격상승 반영)을 크게 웃돌아 실질 1.3%, 명목 3.0%가 될 것으로 정부는 예상했다.

이와 관련,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기업이 물가를 제품 가격에 전가하기 쉬운 경제 체질로 변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물가는 올랐는데 월급 안오르네

기시다 총리의 말대로 내수 주도의 경제 성장이 이뤄지면 정부가 디플레이션 종식을 선언할 수 있다. BOJ도 마이너스(-) 금리 해제 등 금융정책 방향을 크게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현재 시점에서 일본 정부는 디플레이션 종식 선언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한 상황을 극복하고 다시 그런 상황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없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지막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BOJ가 기존 '돈풀기' 정책인 대규모 금융완화 기조를 유지키로 한 것도 정부와 같은 시선으로 상황을 보고 있어서다.

물가상승률은 BOJ가 설정한 인플레이션 목표치인 2%를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실물 경제나 임금 동향을 보여주는 지표가 아직 부족하다는 게 BOJ의 판단이다.

기업이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임금을 보는 단위인 노동비용은 7~9월 전년동기대비 -0.1%로 떨어졌다. 경제성장 속도에 비해 임금 증가가 더디다는 얘기다. BOJ도 최근의 임금 상승은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봄 임금인상 동향이 탈디플레이션의 첫 관문이 될 전망이다. 내각부가 발표한 추산으로는 2024년도 소득증가율은 3.8%로 인플레이션율인 2.5%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내역을 보면 경제대책에 담긴 정액 감세(1.3%)의 효과가 커서 실제 임금인상과는 괴리가 있다.

일부 대기업에서 대폭적인 임금인상 선언이 잇따르고 있지만 고용의 70%를 지탱하는 중소기업 쪽은 사정이 녹록찮다. 일본 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인건비의 증가분을 40% 이상 제품에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은 30%에 불과했다.

■탈디플레, 기시다 내각에선 난망

두번째 관문은 인력 부족에 따른 공급 제약이다. 12월 중소기업 비제조업에 고용된 인력은 사상 최대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인바운드(방일 외국인) 수요가 예상되는 숙박·음식 서비스나 운수 등에서 인력 부족은 심각해 코로나19 이후 회복하는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디플레이션 종식 인정 시기에 대한 예측은 엇갈리고 있다. 시라이 사유리 게이오기주쿠대 교수는 "내년에는 인구의 20%가 75세 이상이 된다"며 "지출과 소비를 줄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시라이 교수는 "지난해 봄 임금협상에서 임금은 3.6%로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4월 이후 인상률은 1.4%로 전년보다 더 나빠졌다"며 "노동시장의 실태는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여전히 수요 확대는 수반되지 않았다. 디플레이션 종식 선언은 적어도 올해 후반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우치 노보히데 노무라 종합연구소 연구원은 "지금의 물가 상승은 주로 비용 압박 측면에 기인한 것"이라며 "사람들의 생활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종식 선언을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k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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