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 부진에 제철 과일 가격 급상승
가격인하 조짐도 보이지 않아
가격인하 조짐도 보이지 않아
[파이낸셜뉴스] 설 명절을 한달여 앞두고 과일 가격이 고공행진을 그리면서 성수품 물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사과, 귤 등 과일 가격이 높은 것은 지난해 폭염·폭우 등 유례 없는 이상 기후가 기승을 부리며 생산량이 급감한 이유가 크다.
특히 겨울철 대표 과일인 귤의 제주 도매가격은 조사가 시작된 1997년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과, 딸기 등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귤로 수요가 몰린 것이 한몫했다.
물량 부족에 '명절 수요' 기름 부을라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 유통정보 서비스인 카미스(KAMIS)에 따르면 사과(후지 10개) 가격은 지난 5일 기준 2만9100원으로 1년 전(2만2510원)에 비해 29% 뛰었다. 지난해 불볕더위와 폭우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했던 탓이다.
배 15kg 가격은 7만2900원으로 72%나 급등했다.
귤 도매가격 상승은 소매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감귤 소매가격은 10개에 4318원으로 1년 전(3337원)보다 29.4% 올랐다. 평년값(2019∼2023년) 2903원 보다는 48.7%나 높다.
문제는 다음달 설 명절 전까지 가격 인하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전히 작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 사과 출하량은 전년 대비 28% 줄어든 데 이어 이달에도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물량 부족에 명절 수요까지 급증하면 가격 상승을 부채질 할 가능성이 크다.
수입과일까지 덩달아 올라...1351억 할당관세 적용
고물가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자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상반기 중 2%대 물가 안정을 목표로 11조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지난 4일부터 과일과 채소류 13개 품목에 대한 할인 지원을 시작했다. 해당 품목은 배추, 대파, 미나리, 시금치, 오이, 청양고추, 토마토, 깻잎, 사과, 배, 감귤, 딸기, 쪽파 등이다. 모두 평년 대비 가격이 크게 상승한 품목이다.
원예시설작물에 대해서는 면세유 유가보조금 70억원을 투입해 난방비 부담을 경감할 계획이다. 특히 국민과일 중 하나였던 사과의 가격이 비정형과 출하 확대 등에도 떨어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수입과일 할당관세 적용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올해 상반기 중 수입과일 등 21종에 대해 1351억원 수준의 할당관세를 적용할 방침이다. 지난해(5종·173억원)에 비해 7.8배 커진 규모로 바나나 15만t, 파인애플 4만t, 망고 1만4000t 등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는 이달 중순 관세법을 개정하고 보세구역 내 물량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이르면 오는 24~25일부터 수입과일에 할당관세가 적용돼 물가 안정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도 정부는 설 성수품 물가안정과 소상공인·취약계층 부담경감, 지역경제 활성화 등을 담은 '설 민생안정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서울에 사는 주부 이민정씨(46)는 "지난해 추석에도 과일 가격이 비싸 명절 준비에 애를 먹었는데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라며 "정부가 명절 기간에라도 성수품 물가를 잡을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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