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지분과 티와이홀딩스 지분 매각 또는 담보 제공 등 거론
[파이낸셜뉴스] 태영그룹이 8일 채권단이 요구한 태영건설 지원금 890억원 입금을 완료한 가운데 어떤 내용의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에서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와 SBS 지분, 윤재연 블루원 대표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등이 거론된다. SBS 지분 매각에는 방송법상 대기업 지분 제한과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대주주 변경 승인 등의 제약이 있는 만큼 티와이홀딩스 지분의 담보 제공이나 매각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태영 측, 8일 추가 자구안 발표할 듯..SBS 지분 매각은 '넘어야 할 산' 많아
금융당국과 채권단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이날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추가 자구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태영그룹이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과 회사 지배구조 등을 볼 때 유동성 확보 방안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티와이홀딩스와 SBS의 지분을 통한 유동성 확보가 선택지로 꼽힌다.
먼저 SBS는 지상파 방송 3사 중 하나로 태영그룹 내 알짜 계열사로 꼽힌다. SBS의 자산총계는 지난해 3·4분기 기준 1조3462억원으로 태영건설(4조9014억원)과 에코비트(1조7115억원)에 이어 태영그룹 내에서 세 번째로 크다.
티와이홀딩스는 SBS 지분 36.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티와이홀딩스의 최대 주주는 윤석민 회장(25.4%)이며 윤 회장 배우자인 이상희씨가 2.3%, 서암윤세영재단이 5.4%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특수관계인 지분 모두를 포함하면 윤 회장의 지분은 약 38%까지 늘어난다. SBS미디어넷은 티와이홀딩스가 지분 91.7%를 보유한 종속회사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SBS의 시가 총액은 5807억원으로 SBS 경영권 매각이 본격화할 경우 프리미엄이 반영돼 몸값은 1조원, 태영그룹 보유 지분 가치는 4000억~5000억원 수준으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티와이홀딩스 측은 SBS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법 규제 등으로 매각하기 쉽지 않다며 선을 그어왔다.
실제로 SBS 지분 매각은 매각하는 쪽 뿐 아니라 매입하는 쪽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매각시 지배구조 개편 및 최대주주 변경이 불가피한데 SBS가 지상파 방송인 만큼 방통위의 최대주주(최다액출자자) 변경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방통위 심사에만 약 2달이 걸린다.
방송법상 대기업 규제도 걸림돌이다. 현행 방송법 시행령에 따르면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의 대기업은 지상파 방송 지분을 10%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 당장 인수하겠다고 손들 곳이 제한적인 것은 분명하다는 평이 나온다.
이 점에서 티와이홀딩스 지분 매각 또는 지분 담보가 유력해 보인다.
■오너가 티와이홀딩스 지분 내놓나..사재 출연 여부도 관심
현재 오너가가 보유한 티와이홀딩스 지분은 약 33.7%다. 지난 5일 종가 기준 티와이홀딩스의 시가총액이 2322억원임을 감안할 때 오너가 보유 지분은 767억원 수준이다. 티와이홀딩스 측은 그동안 오너가의 티와이홀딩스 지분 매각 또는 담보 제공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티와이홀딩스 관계자는 "티와이홀딩스 지분을 매각하거나 담보를 잡을 경우 워크아웃 주체가 태영건설에서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채권단도 "자기 뼈를 깎는 노력"을 언급하며 지주사 지분 담보 제공을 요구하고 있어 태영그룹 측이 결국 손을 들 것으로 전망된다.
사주 일가의 추가 사재 출연 여부도 관심사다.
윤석민 회장 등 사주 일가가 현재까지 출연한 사재는 총 484억원이다. 그러나 태영 측이 채권단에 밝힌 자구안과 중복되는 금액 등을 빼면 실제로는 68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워크아웃시 오너가에게 사재 출연을 요구하는 이유는 회사의 경영권을 갖고 있는 이들이 기업 구조 개선에 대한 '연대 책임'을 지라는 의미다. 앞서 워크아웃에 돌입했던 건설사들 역시 오너가들이 사재출연 등으로 기업 개선 의지를 보였다.
예를 들어 지난 2000년 현대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갔을 당시 고(故) 정주영 명혜회장과 고 정몽헌 회장은 3700억원대 사재를 출연했다.
지난 2008년 동문건설 역시 고 경재용 회장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개인재산 478억원을 출연했고 2019년 워크아웃을 졸업할때까지 870억원을 쏟아 부었다.
지난 2012년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워크아웃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전 회장 일가도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팔아 마련한 2200억원의 자금을 금호산업 유상증자에 투입했다.
한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최종 결정하는 채권자협의회는 오는 11일 열린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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