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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무역 제재" 카드 꺼낸 中, 총통선거 앞두고 신경전 '최고조'

이석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0 18:19

수정 2024.01.10 19:09

"관세감면 중단 조치 검토" 으름장
민진당 집권땐 수출 타격 입을 듯
대만, 친중후보 구속 등 차단나서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이석우 특파원】 대만 총통 및 총선 선거를 앞두고 중국과 대만, 양안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중국은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특혜 관세 중단 등 무역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지시를 받은 총선 후보 및 가짜 뉴스 유포자를 구속하는 등 중국 영향력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0일 인민일보 등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9일 홈페이지를 통해 "대만산 농수산물, 기계류, 자동차 부품, 섬유 등에 대한 관세 감면을 중단하는 추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중국과 대만 사이에 시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의 주요 내용을 중단할 수 있다는 으름장이다.
친미 독립 성향의 집권 민진당이 대선에서 이길 경우 이 같은 조치를 본격화하겠다는 압박이다. 중국과 대만은 ECFA에 따라 대만산 267개, 중국산 539개 품목에 대해 무관세나 낮은 관세 혜택을 적용해 왔다. 중국이 실제 무역제재에 나설 경우 대만의 대중국 수출 타격은 불가피하다. 지난해 1~11월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35%에 달한다.

상무부 대변인은 "(집권) 민진당이 독립을 주장하며 '92합의'를 인정하지 않아 대응 조처로 관세 감면 철폐 확대를 고려하고 있다"면서 "정치적 농간을 부리며 책임 회피를 위한 정치적 책동에 나섰다"라고 비난했다. '92합의'는 대만과 중국이 지난 1992년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다. 또 중국과 대만은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고 양안 통일에 긍정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대륙의 공세에 대만측의 대응도 바빠졌다. 기자회견과 성명 발표 등 여론전에 총선 후보자와 가짜 뉴스 유포자 구속 등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대만의 중국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는 9일 "대만은 양안 무역 분쟁과 관련해 여러 차례 의견을 내고 기존 틀에서 협상할 것을 제안했으나 (중국은) 듣지 않았다"면서 "중국의 목표는 선거에 개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는 "선거를 치를 때마다 중국이 개입하지만 이번 선거는 가장 심각하다"면서 "선전이나 군사적 협박, 인지전, 가짜 뉴스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간섭이 성공한다면 대만은 총통이 아닌 행정 장관을 선출하게 될 것"이며 "홍콩처럼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만 검찰은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총선에 나선 무소속 후보를 중국으로부터 지시와 선거자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구속했다. 타오위안시 검찰은 마지웨이 후보가 지난 4월 중국 여행 중 중국 공산당 간부로부터 지시를 받은 뒤 출마 등록을 했으며 선거 자금을 받았다고 밝혔다.

대만 당국은 또 가짜 여론조사 기사를 보도했다며 대만 기자도 구속했다.
그는 중국 푸젠성의 공산당 위원회의 지시를 받고 기사를 써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우자오셰 대만 외교부장은 "대만 선거에서 중국의 정보공작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군사훈련 등 압력 외에 여론몰이 등 인지전 사례도 상당수 발견되고 있다"면서 중국의 선거 개입을 비난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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