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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외면하는 美기업… 펀드자금도 대규모 이탈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4.01.10 18:19

수정 2024.01.10 18:19

20년 가까이 업계 지배한 용어
모호한 기준·이념갈등 탓'기피'
지난 2004년 이후 세계 기업 경영인들에게 무시할 수 없는 질서였던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 경영'이 점차 미국 재계에서 외면 받고 있다. 미 경영자들은 ESG 기준이 모호하고 번거로운데다 괜히 내세웠다 정치적인 이념 갈등에 휘말릴 수 있다며 '책임 경영'같은 다른 이름을 찾는 분위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이하 현지시간)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친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를 뜻하는 'ESG'라는 용어가 점차 미 기업인 사이에서 사라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앞서 유엔에서는 지난 2000년 지속가능성을 다루는 세계 최대 기업 모임인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가 출범했다. UNGC는 2004년 보고서에서 ESG라는 용어를 처음 소개하며 국제 금융기관들이 기업에 투자할 때 재무적인 요소 외에 ESG를 포함한 비 재무적 요소를 반영해 투자하라고 권했다.


그러나 최근 미 업계에서는 ESG 평가에 회의적인 모습이다. 미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지난해 2·4분기 기준으로 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반영된 500대 기업 가운데 실적 발표에서 ESG를 언급한 기업은 61곳에 그쳤다. 2021년 4·4분기 실적발표에서 ESG를 거론한 기업은 155개였다.

코카콜라의 경우 2022년에 2022년 '비즈니스와 ESG'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지만, 지난해에는 '비즈니스와 지속가능성'으로 제목을 바꿨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도 ESG에 맞게 경영하기 힘든 상황이다. 특히 최근 환경과 인종 및 성별 갈등이 극에 달한 미국에서는 기업이 ESG 관련 조치를 할 때마다 정치권과 다툼을 각오해야 한다.


공화당을 중심으로 하는 우파 진영에서는 기업들이 ESG를 내세워 환경과 인종, 성별 갈등에서 좌파적인 편향성을 보인다며 비판했다.

미 금융서비스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사이 미국 내 ESG 관련 펀드에서 빠져나간 돈만 최소 140억달러(약 18조4716억원)였다.
래리 핑크는 지난 6월 발표에서 ESG라는 용어가 좌우 진영에서 모두 "무기화"되었다며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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