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텔을 대표하는 글로벌 인공지능(AI) 분야 리더가 “AI가 인간 수준의 인지 능력을 갖기 위해서는 ‘상징’(symbol·세상을 이해하는 추론 능력)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세울 줄 알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 처리와 딥러닝 등을 통해 인간을 모방하는 단계까지 왔지만 인간처럼 세상을 이해하고 각종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려면 신경망(neural network) 기술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디 싱어 인텔 AI 담당 부사장은 10일(현지시간)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에서 본지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AI가 훈련을 통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모방’하기는 하지만 완전한 인지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며 "우리는 아직 AI 분야에서 나아갈 길이 많이 남았다"고 진단했다.
싱어 부사장은 지난 2021년 미국 공급망 관리 소프트웨어 기업 블루욘더가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AI 리더 50인'에 뽑힌 인물이다. 일본 기업 파나소닉이 그해 8월 블루욘더를 인수했다. 싱어 부사장이 국내 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나마 AI가) 모방을 하기 때문에 아주 뛰어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 것”이라며 “AI가 인간과의 수많은 질문과 응답, 인지 매커니즘(cognitive mechanisms) 등을 통해 기초적인 인지 능력을 학습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I가 5년, 심지어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정말 많이 발전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인간 인지능력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아주 높은 위치에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평소 자연스럽게 하는 '상징(symbol)'이라는 개념을 스스로 세우고 만드는 것이 AI의 인지 능력을 키우는 다음 스텝"이라며 "이 수준이 되면 인류를 더 편한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도의 추론능력을 갖추느냐가 인간 수준의 AI 출현의 열쇠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AI가 사계절의 개념을 알면 여름에 눈이 오지 않는다거나 겨울 의류가 상대적으로 잘 팔리지 않을 거라는 걸 스스로 이해하는 수준이다.
싱어 부사장은 반도체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삼성도 (인텔처럼) AI에 아주 집중하고 있는 기업”이라며 "(두 기업이) 때때로 인텔과 경쟁도 하고 협력도 하지만 정말 좋은 회사들”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시안 호텔에서 가진 CES 개막 기조연설을 통해 "AI 발전 속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수준이다"며 "마치 '무어의 법칙'이 탄생하던 초창기 개인용컴퓨터(PC)에 버금간다"고 했다. 무어의 법칙은 마이크로칩에 저장할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이 2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는 법칙이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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