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물의 '박재동 믿어' 글에 '좋아요' 표기
피해자 향해 '거짓미투', '피해주장자' 등 발언도
원씨 측 "2차 가해 동참사실 없어, 거짓 보도" 주장
법원 "일부 사실 아냐" 판단에도 1심 패소·2심 화해조정 결정
피해자 향해 '거짓미투', '피해주장자' 등 발언도
원씨 측 "2차 가해 동참사실 없어, 거짓 보도" 주장
법원 "일부 사실 아냐" 판단에도 1심 패소·2심 화해조정 결정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으로 임명된 만화가 원수연 작가가 과거 성추행 관련 사건에 대한 2차 가해 논란에 휩싸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1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원 작가는 지난 2018년 만화계 미투(MeToo·성폭력 피해 고발) 운동이 확산될 당시 박재동 화백의 미투 논란과 관련된 글에 '좋아요'를 누르며 업계에선 2차 가해 논란이 촉발됐다.
"박재동을 믿는다" 글에 '좋아요'..1심 패소, 2심 화해조정 결정
박 화백은 2018년 2월 26일 SBS '8뉴스' 보도를 통해 후배 만화가인 피해자 A씨에 대해 성추행과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다음 날인 27일 박 화백의 지인 B씨는 "박 화백에 대한 성추행 폭로는 모함이다"라며 "박 화백은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이를 본 원 작가의 지인 C씨는 해당 글을 인용하며 "박 화백을 믿는다"는 취지의 글을 게재했다. 해당 글을 본 원 작가는 '좋아요'를 누르며 당시 업계내에서는 원 작가의 2차 가해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원 작가는 '좋아요'를 누를 당시 B씨의 글을 보지 못하고 C씨의 글에만 '좋아요'를 표시했기에 2차 가해에 동참한 사실이 없었다고 주장하며 해당 내용을 보도한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그러나 1심 법원은 해당 보도 내용의 일부가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하면서도 원 작가의 청구를 기각했다. C씨 글에 B씨 글 일부가 노출돼 읽을 수 있었고, 글의 논지도 같기에 수용자 입장에서는 원 작가의 '좋아요'가 B씨 글에도 동의하는 것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서울남부지법 민사15부(김국현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2차 가해에 동참했느냐 여부를 판단하면서 C씨의 글에 '좋아요'를 한 것과 B씨의 글에 '좋아요'를 한 것 사이에는 평가를 달리할 정도의 차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2차 가해에 동참했느냐 여부는 진실에 합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적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화해권고 결정은 법원이 당사자 사이에 화해를 권고하는 것으로, 원고와 피고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재판이 사실상 확정되는 효력을 갖는 제도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3부(강민구 부장판사)는 결정서를 통해 해당 언론에 조정보도문을 게재할 것과 함께 "원고(원 작가)는 이 사건 조정으로 기사에 보도된 사실이 허위임이 인정됐다거나 이를 전제로 정정보도청구가 받아들여졌다고 공표해선 안 된다"고 결정했다.
이에 대해 원 작가는 본지에 "A씨와 단짝이던 작가가 오히려 원 글에 좋아요를 눌렀음이 발견되고 저에 대한 2차 가해 지목은 특정인을 겨냥한 찍어내기식 공격이었음이 확인됐다"며 "정정보도 건의 경우 이미 1심이 끝나고 바로 조정에 들어가 해당 언론사가 모든 기사를 내리고 본인(원 작가)의 주장을 올렸기에 판결문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원 작가는 '좋아요' 건에 대해 피해자 A씨를 상대로 한 위자료 소송에서 1심 패소 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박 화백은 보도 이틀 만인 2018년 2월 28일 사과문을 발표하고 피해자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러나 박 화백은 최초 의혹 보도가 모두 허위라고 주장하며 2018년 정정보도 소송을 청구했다가 2021년 2월 26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원 작가는 박 화백이 1심에서 패소한 뒤 항소·상고를 진행 중이던 2020년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해당 사건을 '기획 미투', '거짓 미투'라고 칭하며 피해자 A씨를 '피해 호소인', '피해 주장자' 등으로 언급하는 글을 수차례 게시하기도 했다.
원 작가는 이에 대해서도 "박 화백의 정정보도 소송은 성폭력의 진실성 여부가 쟁점이 아니다. 정정보도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서 A씨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신중함이 필요하다"며 "만화계와 문화예술계통에서는 더 이상 박 화백은 가해자가 아니라는 의견이 팽배해진 것이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민주, 후보자 검증 이어 공관위원 논란까지
민주당은 지난 1일 부산 최고위 심의를 거쳐 결정한 뒤 5일 공관위 구성을 발표했다. 강선우 대변인은 원 작가 등 외부 인사들을 언급하며 "외부위원들이 22대 국회에서 일할 후보를 선출함에 있어서 새로운 시각으로 자격 심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 작가도 본지에 "제게 맡겨진 공관위원의 임무는 국민들에게 새로운 민주당의 비전을 보여주며 정의롭고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 갈 위원들을 뽑아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직하고 냉정한 판단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혀왔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은 최고위원회의의 심의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한다. 이에 당 지도부의 자체 인사 검증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인선 관련) 자료를 보고 전화도 해보고 네이버 검색도 해보긴 했지만 심층 조사하고 이런 것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인사 안이기에 일괄적으로 올라오는 것이라 인터뷰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도부에서 개별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으로 정당 차원에서의 검증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봤다. 실제로 원 작가는 "임명 당시 개인의 종결 사건으로만 인지하고 있었고 저 자신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였기에 밝혀야 할 필요성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정당에서의 검증은 주로 본인 진술에 의존을 많이 하거나 상대방 측에서 제공하는 정보, 언론 보도를 가지고 검증을 한다"며 "사실 검증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것은 아니라 검증이 그렇게 잘 이뤄지진 않는다. 정보에 한계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이어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는데 그것이 걸러지지 아니한 경우는 결국 '심'(心)이 작용한 것"이라며 "'심'이 작동하게 되면 문제가 있어도 검증은 거르게 된다"고 덧붙였다.
당내에선 원 작가가 성 비위와 관련된 제대로 된 공천심사를 수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공천 심사 과정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당내 한 초선 의원은 "성 비위 문제의 경우 당 전체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고 총선 전체를 말아먹을 수도 있는 일이라 공관위 뿐만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런 것들이 실제 사실로 발견되거나 그런 이슈가 있었다면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며 "총선을 대하는 당 전체 의지의 문제 같은 것이기에 엄격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act@fnnews.com 최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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